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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추화진, 고양이의 철학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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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01월 03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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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고양이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우연히 길에서 추화진 작가를 만난 길고양이 철학이는 그녀에게 철학에 대해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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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려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길고양이 철학이.


Q. 궁금했다. 어떤 연유에서 작품의 명제가 ‘철학적 고양이’가 되었는지. A. 2~3년 전쯤이다. 부산에서 이곳 청주로 이사 오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집 근처에서 우연히 올블랙의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도 묘했다. 그래…, 몇 분 간 우두커니 바라봤다. 가만히 고양이와 눈맞춤을 하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들고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너울처럼 일렁거렸다. 그것은 찰나의 순간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검은 고양이를 만났으니 그 아이를 그려보자 하며 그림일기를 썼다. 첨 시작은 그랬다. 그런데 인연은 강렬했다. 다음 날 그 자리에서 또 그 고양이를 만났다. 이때부턴 밥을 줬다. 그날도 나는 그 검은 고양이를 그렸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고양이를 그리다보니 어디서 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랬더니 그림에 사색이 담겼다. 그래, 이름을 ‘철학’이라고 붙여줬다. 철학이가 내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색적이고 철학적으로 받아들였다. 삶의 관심사는 고양이로 바뀌었다.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도 이때 알게 되었다.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본의 지인에게 그쪽 나라에서도 길에 사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냐 물었더니 깜짝 놀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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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똘, 2013. 철학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작가의 마음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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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심동체_서로 한참을 바라보다 잠들다, 2015. 애묘인들의 일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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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갈이와 소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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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대 커피사진관에 사는 베트맨, 2016. 온다책방 마스코트 사보, 2016.


Q. 운명적인 사람이 있듯, 운명적인 고양이도 있는 것 같다. 철학이를 만나기 전에도 애묘인이었는가. A. 아니다. 싫어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뜻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맞겠다. 10여 년 전에 길고양이 열 마리를 구조해 키우는 친구도 있었는데 오히려 마니아에 가까운 이런 지인들이 가끔은 이해 되지 않기도 했다.

Q. 함께 사는 고양이가 ‘소피’인 것으로 알고 있다. 소피라는 이름은 ‘필로소피(philosophy)’, ‘소피스트(sophist)’에서 따온 것인가. 대단한 작명력이라고 생각한다. A. 그렇다. 철학이란 단어를 영어식으로 표현했다. 많은 분들이 호감을 드러내는 걸 보면 잘 지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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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애묘인들은 실제로 자신의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Q. 소피는 어떻게 만났는가. A. 충북대 수의과대의 ‘돌봄’이라는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블로그에서 소피를 처음 봤다. 돌봄은 청주유기동물보호소에 갔다가 알았다. 소피는 임신한 상태에서 구조되었고 병원에서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를 낳았다. 그중 한 마리는 죽고 두 마리는 입양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입양란에는 소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기 고양이와 달리 성묘는 좀처럼 입양이 잘 되지 않으니 관심 있게 봐달라는 간절한 문구와 함께….  이(아래) 사진이 그때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이다. 오른 쪽이 소피고 왼쪽이 소피의 아이다. 이렇게 작은 아이가 임신을 하고 거리에서 살고 있었다니…. 몇 날은 이 사진만 봐도  왈칵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소피가 철학이처럼 올블랙이라 더 크게 다가온 면도 있다. 소피와 같이 산 지 벌써 4~5개 월이나 되어간다. 고양이에 무심했던 내가 애묘인이 되어 고양이와 살고 있다는 게 지금도 나는 가끔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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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을 기다리고 있던 때의 소피. 왼쪽은 소피가 낳은 아기 고양이다.


Q. 청주유기동물보호소엔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갔던 것인가. 그리고 철학이는 어떻게 되었는가. A. 아니다. 고양이 작품의 수입금 일부를 보호소에 기부 하고 봉사도 하려고 갔었다. 2015년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가한 적 있다.  자연 속에 있는 고양이를 표현하고 싶어서, 벽에 무수히 많은 나뭇잎을 그려 오려 붙이고 그 사이 사이로 비슷한 기법으로 그려진 고양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설치미술작업을 했다. 나뭇잎은 한 없이 푸르렀고 고양이들은 길고양이, 지인들의 고양이, 사연 있는 고양이, 상상의 고양이였던지라 제각각 표정과 생김새가 달랐다. ‘양이 숲’을 관심 있게 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반응이 좋았다. 손님들은 작품을 구입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내게 고양이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고양이가 몇 마리나 있는지, 캣맘인지와 같은 애묘인들이라면 처음 만난 사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얘깃거리들이었다. 고양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사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에 화답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아 봉사활동을 신청하고 캔 100여 개를 사들고 보호소에 찾아 갔다. 철학이와의 만남은 짧았다. 내가 만든 도자기 그릇에 밥도 주고 했는데 만난지 이 주일 쯤 지나서 그릇도 없어지고 철학이도 보이지 않았다. 모르겠다. 어디로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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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서 선보인 ‘양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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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삼청동 가회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에서 선보인 ‘달콤하지 않은 나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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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freiends, 70X55cm, conte on paper, 2015.


Q. 짧은 만남 속에서 이토록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 작품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다. 모나리자 작품이 명작이 될 수 있는 데는 누구에게도 동일한 상상을 제공하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당신의 작품 또한 모든 걸 다 이야기해주지 않아 좋다.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니 삶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A.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박스나 물감, 컬러 펜슬, 버려진 나무 같은 소재를 가지고 즐겁게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편안하고 따듯하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는 그림, 단어 하나 짧은 글 한 줄의 담백한 그림,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은은히 드러나 강요 받는 느낌이 없는 그림, 영어의 힐링보다는 쉼이라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 나는 좋다. 편안하고 따듯하면서 의식이 읽혀지는 그런 그림…, 아까 말한 ‘양이 숲’의 경우 차갑고 인위적인 도시 보다 자연과 함께 하는 고양이가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스며 있다. 요즘엔 중성화(TNR)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들을 연작처럼 그리고 있다. 한쪽 귀가 잘린 고양이 그림을 보며 고양이가 아픈 것 같다고 관심 갖는 분들에게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설명할 수 있어 기뻤다. 앞으로 10년은 더 내공을 쌓아야할 듯 하다. 많이 고뇌하고 번뇌하고 싶다. 그래야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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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 작품들. 그는 그림 속에서라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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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화진 작가가 요즘 읽고 있는 책들. 고양이 관련 서적이 거의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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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스케치북. 스케치라기 보단 작품에 가까워 보인다.


Q. 작가라는 위치에서 소피는 어떤 존재인가. A. 무한한 영감을 준다. 거의 24시간 같이 있는데도 보고 싶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양이라는 생명체가 얼마나 궁금하고 궁금했으면 그것을 알고자 그리고 또 그렸을까…. 죽기 전까지 모를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만 그리다 보면 깊은 깨달음을 얻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평소 소피와 어떤 종류의 교감을 하는지. A. 내가 소피를 키우는 게 아닌 소피를 나를 키우는 것 같다. 굉장히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소피도 감정을 갖고 있는 존재이기에 서로 눈 맞추고 눈으로 대화한다. 그랬구나, 너는 그렇구나라며…. 서로의 장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와락 눈물이 나기도 하고…. 아직까지 소피에 대해 다 알지 못하지만 소피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A. 계속 고양이 주제의 그림을 그려갈 것이다. 이 작업물들이 고양이와의 조화로운 공존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양이들이 고양이로 태어나 고양이로서 행복한 삶을 살다가는 것에 내 작업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cat la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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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 없이 걷기, 2015.

 

 
철학적 고양이 추화진 작가는
‘철학적 고양이’ 전에 오랫 동안 ‘동무’ 를 주제로 여러 인간 군상을 친근감 있게 풀어냈다. 구애하는 남자, 말썽쟁이를 혼내는 엄마, 꼬장꼬장한 동네 할아버지 등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행복한 기분의 동화처럼 표현해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쉼표 하나를 건넸다. 
Δ개인전으로 2014년 서울 가회갤러리카페에서 <산넘어 산> 전, 2011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어린이미술관 동무이야기>전, 2008년 부산 크래프트스토리에서 <동무이야기>전, 같은 해 대학로 수다에서 <동무이야기2>전, 같은 해 일본 큐브갤러리에서 <동무>전을 가졌다. 
그리고 Δ그룹전으로 2015년 서울 학악제미술관에서 열린 <나는 고양이> 전, 같은 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2012년 부산 또따또가 아카이브센터 스페이스 닻에서 열린 <사소한이야기> 2인전, 2011년 부산 아트갤러리U에서 열린 <드로우유얼마인드>전, <이공공일>전, 2010년 부산 아트팩토리인다대표에서 열린 <물질의순환>전, 2008년 부산 대안공간반디에서 열린 <반디구출작>전, 2007~9년 일본과 서울, 부산 순회전으로 열린 <그림엽서> 전에 참가했다. 블로그 http://jini6711.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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