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주사 놓으십니까? 자가진료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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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년 07월 02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1,64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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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몸져누워있다. 그 모습을 본 가족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의료인이 아님에도 “아플 땐 이런 약을 사다 먹으면 효과가 좋다”, “누가 그러던데, 이 약을 팔에 주사로 맞으면 금방 좋아진다고 한다”라며 약을 사 와 직접 주사해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진료란 진찰과 치료를 아우르는 말이다. 진찰은 병명을 판정하는 일, 병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병의 형태와 경중을 따지고 합병증의 유무를 살피거나 예후를 가늠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모두 포함한다. 진찰 후 처방이 내려지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진료행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행위는 생명과 직결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국가에서 직접 면허를 관리하며 사람의 경우 의료법, 동물의 경우 수의사법으로 규정한다.
야매진료의 다른 말, 자가진료
방금 가정한 일화는 당신이 전문적인 진찰 없이 치료를 받는 상황으로써 의료 면허가 없는 비전문가로부터 받는 무면허진료, 일명 ‘야매진료’이다. 사람의 경우 이런 일이 많지 않지만 그와 반대로 동물에게서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흔히 ‘자가진료’라 불린다.
이와 같은 자가진료는 동물병원과의 거리가 멀거나 동물병원을 찾아가기 힘든(소, 돼지와 같은 대동물, 영역동물 등) 상황에서 동물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축산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반려동물 산업이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가진료가 인한 사고가 급증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부 개 농장에서 적발된 제왕절개, 인공수정 등이다.
직접 주사하는 건 명백히 불법이지만 막을 길은 없다
이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과 정부(농림축산부)는 수의사법을 개정해 자가진료의 범위를 가축으로 한정했고, 2017년 1월 이후로 모든 자가처치 행위는 ‘수의사의 진료 후’에 하도록 했다. 따라서 현행법상 기본 접종이라도 수의사의 진료 없이 반려인이 직접 백신을 주사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동물용 의약품은 ‘약사법’ 특례로 규정되고 있어 약사가 동물 의약품을 파는 것은 합법이다. 따라서 보호자가 동물약국에서 약을 사서 직접 반려동물에 주사한다 하더라도 구매 자체를 막을 법은 없으므로 사실상 이를 누군가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곪고 염증 생기고 쇼크 오고, 고통은 오로지 반려동물의 몫
문제는 반려동물에게 일어난다. 주삿바늘이 박혀서 나오지 않거나, 피하주사를 피내에 주사해 고름이 차거나, 2차 감염이 일어나거나, 약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작용이 나거나, 용량 조절에 실패해 쇼크가 오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이 모든 고통을 그대로 감내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항생제와 약물로 인해 토양 및 수질오염도 문제 되었다.
(△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 때문에 농림축산부에서는 동물 약품에 대한 취급을 제한하고자 수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다. 반려견 4종 종합 백신을 비롯한 항생제,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는 동물용의약품 일부 성분(제제)을 수의사가 처방해 줘야 살 수 있도록 변경 고시한 것이다.
따라서 2021년 11월 21부터는 마취제와 호르몬제가, 2022년 11월 13부터는 각종 백신, 생바이러스 제제 등의 약물이 점차 수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자가진료 제한에 태클을 거는 사람들
(△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그러나 이러한 자가진료 제한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부 반려인들은 들쑥날쑥하고 비싼 동물병원 진료비 때문에 자가진료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을 사다가 직접 처치하는 것이 병원에서 처치 받을 때 보다 반값 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약사들 또한 판매권한이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20년 11월 13일에 ‘수의사 처방독점 동물약 확대 고시 개정 철회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약품에 대한 접근이 쉬워야 질병 예방률이 오르며, 이번 개정으로 인해 진료비 부담이 오르면 유기동물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피부연고 하나 잘못 발랐다가 건강을 잃은 개 사연
그러나 후술할 다음의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들을 본다면 이번 개정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한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피부 발진을 치료하기 위해 동물약국에서 피부연고를 사서 장기간 투약했다가 반려동물의 몸이 망가진 사례가 있다. 피부 연고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되어있는지 모르고 장기간 바른 것이 문제였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 피부연고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피부가 얇아지고 각질을 생성하며 탈모 증상을 일으켜 피부 조직을 무너뜨린다. 외부 균으로부터 몸을 지켜야 할 피부가 약해지므로 세균과 진균, 효모균의 2차 감염이 일어나기도 쉽다.
또한 장기간 피부로부터 전신으로 흡수된 스테로이드는 내분비계에 교란을 일으켜 호르몬성 질환-쿠싱 증후군을 일으키는데, 이는 중요한 호르몬이 분비되는 부신피질의 기능을 교란해 당뇨, 간 장애, 고혈압, 췌장염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연고 하나 잘 못 바르는 정도로 얼마나 큰일이 날까 싶었지만 결국 반려동물은 피부와 건강을 모두 잃게 되었다.
반려동물을 평생 보호주는 사람이라서 '보호자'
자가진료가 잘못되면 오히려 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비용이 가중되고 상태가 심하면 전문가도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돈으로는 건강을 되찾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반려인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전문성을 갖춘 자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건 반려인이 가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평생 보호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반려인을 보호자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글 | 라이펙트센터 신지연 대표
도움말 | 동탄누리동물병원 김태석 원장
참고자료 | -「수의사 전자처방전 발급 의무화」2020년 2월 28일부터 시행. 보도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20.02.23.
- 수의사 처방독점 동물약 확대 고시 개정 철회 입장문. 2020.11.13. 대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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