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자연엔 없는 품종묘 품종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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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년 11월 08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6,52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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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생김새를 가진 개와 고양이를 만난다. 또한 반려동물들의 생김새를 보며 “얘는 무슨 종일까?”라고 유추하기도 한다. 불행히도 이런 품종들 대부분은 인간의 지나친 이기에 의해 탄생했다. 미래에서는 인간의 흑역사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품종묘와 품종견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개는 그냥 개고,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일 뿐이다
먼저 이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생명체의 분류계급을 알아야 한다.
생물학에서 생명체를 분류할 때는 형태와 생물학적 특징을 기준으로 역(Domain)>계(Kingdom)>문(Phylum)>강(Class)>문(Order)>과(Family)>속(Genus)>종(Species)으로 잘게 나눈다.
학명 또한 이런 분류계급을 따라 만들어지며 최종적으로 ‘종’의 구분은 “자연 상태에서 교배하여 생식 능력이 있는 자손을 낳을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
따라서 개를 봤다면 종 이름은 Canis(과) lupus(속) familiaris(종) 이고, 고양이를 봤다면 Felis(속) catus(종) 이다. 과, 속, 종은 학명으로 개를 지칭하는 말이고, 속, 종 또한 고양이를 학명으로 표현한 말이다. 즉, 당신이 보는 모든 종류의 개와 고양이는 단지 개와 고양이일 뿐이다.
‘물건 품(品), 씨 종(種)’ 품종이란 단어의 진짜 뜻
하지만 우리는 시츄, 말티즈, 메이쿤, 샴, 아비시니안 등과 같은 수많은 종류의 개와 고양이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 것일까? 종이 다른 스피츠와 포메라니안을 자연 교배해 폼피츠가 탄생하기라도 하면 같은 종이되 다른 무언가 일까?
우리가 아는 종이 바로 품종(品種)이다. 단어에 물건 품 ‘品’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듯이 상품성을 띄도록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품종(자연적으로 나뉜 경우엔 아종(亞種)이라 한다)이다.
상품가치가 없으면 육종 과정에서 도태
품종이라니, 생명체에게 쓰기엔 다소 무생물적인 표현이지만 실제 취급도 그러하다. 형질이 같은 개체만 골라서 교배하면 그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질 확률이 높다. 이런 특성을 이용한 교배 방법을 선발육종(Selective Breeding)이라 한다.
이런 육종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개나 고양이를 인위적으로 골라 교배해왔고, 그 결과물을 품종이라고 정의하게 되었다. 특성을 가지지 못한 무수한 생명들은 당연히 상품가치가 없어 육종 과정에서 소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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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오늘날의 품종묘, 품종견들
이런 육종의 역사는 대부분 150년 안으로 오래되지 않았는데, 특히나 서구에서 목축과 사냥이 활발하던 18~19C에 양을 잘 몰고(Sheep dog), 사냥감을 잘 쫓거나(Hunt), 알리거나(Point), 회수해 오는데(Retriver) 능한 개를 집중적으로 교배했다. 이 시기에 탄생한 품종들이 오늘날 많은 인기를 끄는 품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적절하고 윤리적인 선발육종은 개체의 표준 크기와 몸무게, 행동특성을 유추하고 관리법을 공유할 수 있어 키우기 쉽다는 이점을 준다. 하지만 지나치고 비윤리적인 선발육종은 인간에게 좋을지 모르겠으나 동물에게 치명적인 유전병과 해부학적 문제를 유발한다.
한 평생을 질병에 시달리며 산다
전술했듯 개와 고양이는 사냥과 같이 일을 하기 위해 개량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저 단순히 애완동물로 인해 자신이 특별해지고 싶은 욕심과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개량된 품종들도 있는데 이들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평생 숨 쉬기 어려운 비강구조로 살아야 하는 퍼그
대표적인 예로 퍼그는 크고 짧은 얼굴로 인해 특이한 인상을 주지만, 그 대가로 평생을 숨 쉬기 어려운 상태로 살아야 하며 자연분만으로는 번식이 불가능해 수술을 통해서만 출산이 가능한 운명을 갖고 있다. 또한 주름이 많은 가죽 형태로 인해 피부병이 오기 쉽다.
긴 허리로 인한 추간판 탈출증 안고 사는 닥스훈트
닥스훈트는 독일어로 ‘오소리 개’를 뜻한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굴을 파는 동물인 토끼, 너구리, 오소리 등을 추적하고 사냥하기 편하게 ‘디자인’되었다.
굴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다리가 짧아졌고, 굴에 갇혔을 때 빠져 나오기 쉽도록 허리가 길어졌으며, 사냥감을 잘 물기 위해 입이 길어졌다.
육종 초기에는 이토록 극단적인 교배로 긴 허리를 지탱할 근육이 부족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극단적인 교배는 줄어들었으나 긴 허리로 인해 생기는 추간판 탈출증과 같은 해부학적 결함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자연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기형적 피부의 스핑크스
고양이 또한 예외가 아니다. 1966년에 우연히 털이 없는 고양이가 태어나자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 혹은 고양이 털에 지쳐가던 사람들이 열광했다.
털이 없는 형질은 열성 유전자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스핑크스 고양이로 육종 되었다. 털이 없는 피부는 절대적으로 자연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기형적인 피부다. 지나친 털의 배제로 고양이에게 중요한 기관인 수염까지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털이 없는 탓에 체온 조절이 힘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햇빛에 의한 피부 트러블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건강한 고양이로서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뼈가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운 스코티시 폴드
접힌 귀로 인한 귀여운 외모가 특징인 스코티시 폴드도 대표적인 과도한 육종에 의한 피해 품종이다.
연골은 뼈가 움직일 때 마찰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접힌 귀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귀 연골 성장이 미숙해야 하는데, 연골을 잘 자라지 않게 하는 유전자는 뼈가 움직일 때 매우 큰 고통을 일으킬 수 있기에 잘 발현되지 않는 열성 유전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고양이를 생산하기 위해 귀 연골 성장이 기형적으로 더딘 고양이들만을 선택해 교배시키고 선별해 스코티시 폴드라는 품종이 탄생했다. ‘잘 자라지 않는 연골’이라는 유전 정보가 귀에서만 발현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다리와 같은 다른 뼈에도 영향을 줘 골연골 이형성증이라는 고통 속에 살 가능성이 유전적으로 매우 크다.
그들은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다
닥스훈트나, 퍼그나, 스핑크스나, 스코티시 폴드의 모양을 빌어 태어난 개와 고양이는 “긴 허리를 갖고 싶어요”, “짧은 입을 갖고 싶어요”, “털 없이 태어나고 싶어요”, “귀가 접혀서 귀엽고 싶어요” 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다만 인간이 “긴 허리가 가진 개를 굴 사냥에 이용하고 싶다”, “쭈글쭈글하고 특이한 얼굴을 가진 개를 갖고 싶다”, “털 없는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 “귀가 접혀 더 귀여운 고양이를 보고 싶다”라고 했을 뿐이다.
반려인들의 지식과 경각심이 중요
품종견 및 품종묘를 키우는 누구도 “얘가 유전적인 형태와 질병으로 고통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반려동물 분야도 자본주의 영향 아래에 있는 하나의 시장인만큼 반려인의 지식과 경각심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귀엽고 특이한 동물을 보고 싶다는 인간 중심적인 생각만으로 대한다면 많은 자본가들은 육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다룰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구조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동물들의 아픔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반려인들은 높은 윤리의식을 갖추고 끊임없이 배우고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글 | 라이펙트센터 대표 신지연
참고자료 |
애견백과사전. Dr. 피터라킨, 마이크 스톡먼 지음, 유정화 옮김, GreeHome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 이학범. 팜파스
Most dog breeds emerged from a shockingly recent moment in history. Sean Kane Feb26, 2016. Business Insider
In the beginning: The Origins of 9 Cat Bre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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