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건물엔 고양이 사다리가 없다지!?” 한 나라에 애묘인이 많으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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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년 02월 04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32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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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다수가 애묘인인 스위스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고양이 사다리’를 기록한 사진집,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 한국어판이 출시되었다는 희소식이다.
● 관련기사 보기 | "너의 길이야", 스위스 가정집에 난 수많은 고양이 사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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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옥외형 고양이 사다리는 고양이가 건물 안팎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설치한 독특한 구조물로, 스위스의 도시나 마을에서 자주 발견된다. 사진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 브리기테 슈스터는 2016년부터 2019년, 수도 베른에서 고양이 사다리가 설치된 건물들의 정면 사진을 촬영해 나갔고, 그중 고양이 사다리의 서로 다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들 100여 장을 골라 탐사 보고서와 함께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로 엮어냈다.
고양이 사다리는 스위스 애묘인들이 품고 있는 지극한 사랑의 매개물이다. 그렇지만 한편 도시의 시각적 정체성, 그중에서도 도시 거리의 특색을 살리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경이로운 건축물이기도 하다.
대부분 나무로 된 고양이 사다리는 계획에 따라 잘 설계한 구조물로서, 건축적 표현의 한 형태로도 설명할 수 있다. 고양이 사다리만 다로 떼어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각 건물의 양식에 잘 녹아들어 있고, 거꾸로 건축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선형이 고양이 사다리가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등 거주자의 개성이나 취향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건물과 비슷한 색으로 칠해져 있거나, 하수도 파이프나 빗물 홈통에 설치한 경우처럼 여러 번 산책해야 비로소 보일 정도로 은밀하게 숨겨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수년에 걸쳐 저자가 포착한 고양이 사다리의 사진들에는 베른이라는 도시 자체의 특색과 미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사실 옥외형 고양이 사다리는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독특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스위스만큼은 흔하지 않다. 특히 베른에서는 스위스의 다른 도시들보다 더 많은 수의 고양이 사다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교통이 한산해 고양이들이 차에 치일 위험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도시의 여유로운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매우 호의적인 공동체 의식의 영향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고.
그래서인지 스위스의 집주인들은 일반적으로 고양이 사다리 설치를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스위스세입자협회의 법률 자문인 루에디 슈푄들린에 따르면, 원칙상 집주인은 사다리가 안전을 해치거나 지나치게 눈에 거슬릴 때에만 반대할 수 있다.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에 기록된 도시 구석구석의 모습은 동물과 사람이 어떻게 한데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가에 관한 새로운 상상을 제안하기에 충분하다.
△ 무료 제공되는 투명 책갈피. 사진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고양이가 앉아 있을만한 곳에 고양이를 위치시켜보자.
글·사진 | 브리기테 슈스터
브리기테 슈스터는 타이포그래피를 전문으로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저자, 교육자, 사진가. 2013년에는 자신의 출판사인 ‘브리기테 슈스터 에디뙤르Brigitte Schuster Éditeur’를 설립했고, 현재는 스위스 베른에서 살며 일하고 있다.
brigitteschuster.com
옮긴이 | 김목인
김목인은 음악가이자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며 삶의 다양한 경험과 사유를 노래와 책으로 풀어내고 있다.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 다니는 수첩>,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오리지널 스크롤> 등을 썼으며,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리얼리티 샌드위치>, <다르마 행려>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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