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양이신문연재 ② - “너도 도시의 일원” 길고양이를 위한 공공디자인, 길고양이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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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06월 17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27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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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각 자치구나 자치시의 길고양이급식소 운영은 비로소 길고양이가 도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기념비적인 일이라 말할 수 있겠다.
길고양이급식소 디자인이라는 게 공공디자인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공공디자인은 공공(Public)과 디자인(Design)의 복합어다.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된 공공의 성격을 강조하고자 생겨난 단어가 공공디자인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디자인은 개인이나 기업이 상품 가치를 높이려는 상품 디자인 영역과 구별된다.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여러 면들 가운데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문은 통합성이다. 상품에 기업정신을 담으려 하듯, 공공디자인에는 한 시대를 특징지우는 시대정신이 반영된다. 도시민들의 요구는 물론 복합화된 도시환경과 시설물 등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까지 두루 살피며 디자인되므로, 공공디자인은 그 시대 사람들의 세상관을 담아낸다.
이같은 공공디자인의 특징과 역할에 길고양이급식소 운영을 그대로 대입해보면, 길고양이는 없애하는 대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으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세론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 생명의 평등, 임상우 소장의 길고양이급식소
더욱 지난 4월 설치된 서울어린이대공원 길고양이급식소는 조형성과 기능성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남겼다. 서울시설공단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운영하는 이 길고양이급식소는 건축도시를 전공한 임상우 소장의 재능기부에 의해 설계되었다.
임상우 소장의 길고양이급식소는 도시공공시설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임 소장은 동물도 인간과 같이 생명체로서 지구촌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평등’의 개념을 급식소에 풀어냈다. 캣타워 형식을 빌어 높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고양이과 특유의 습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또 하단은 널찍하게 만들어 비나 눈을 피해 밥을 먹을 수 있게 했는데 개구부를 여러 개라 고양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아울러 소재는 외기에서 견디면서 경제성과 환경성을 두루 갖춘 낙엽송을 사용했다.
임상우 소장은 “사람의 시각뿐 아니라 고양이 시각에서 봤을 때 우리의 도시공공 시설물은 어떠한 모습이어야할까라는 물음에서 작업은 출발했다”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종에 대한 스터디, 기존 캣타워 제작자 인터뷰 등이 선행되고 동물보호협회의 컨설팅이 수반되는 등 상당히 다면적 관점에서 접근되었다”고 밝혔다.
글 | 장영남 캣랩 대표
●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RGU의 케어박스
선장인 캣타워로 잘 알려진 RGU의 길고양이급식소 케어박스도 공공디자인으로서의 여러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길고양이 관련 카페와 캣맘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제작된 케어박스는 옥상정원 콘셉트가 적용되었다. 지붕에 흙을 덮어 만드는 옥상정원은 에너지 절감형의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에서 보여지는 건축기법이다. 이렇게 지붕에 옥상을 만들면 건물에서 새는 열을 잡아주기 때문에 우수한 단열성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케어박스는 지면으로부터 바닥 면을 띄우고 출입구를 확장해 비가 오더라도 쾌적한 실내 환경이 유지되도록 했다.
케어박스를 디자인한 RGU이은섭 실장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조금이라도 따듯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옥상지붕을 계획했다”며 “화단에 상추라든지 급식소가 가려지도록 넝쿨식물을 심으면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젤 휘틀리(Nigel Whitely)는 자신의 저서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서 “디자인은 한 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양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그 사회가 처한 상황과 단면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공공시설물로서의 길고양이급식소 디자인은 길고양이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계속해서 여과 없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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