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 전 노크가 열 고양이 구한다, 닛산의 네코밤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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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12월 30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3,13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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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이었다. 외출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져서 집에 들어섰는데 1층 주차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트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차된 자동차 2대 위에 한 마리씩 올라가 있던 고양이들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추위를 피해 올라가 꾸벅꾸벅 졸고 있던 고양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 때문에 순간 놀란 눈치였다. 그렇지만 따뜻한 보닛에서 내려가기 싫었는지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의 추위 피하는 방법을 새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은 찾아왔고 자동차 위 혹은 아래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길고양이를 종종 목격 되곤 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러다 사고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더군다나 기온이 더 내려가면 자동차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추위를 피한다던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 닛산은 2014년부터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네코밤밤(猫バンバン、KNOCK KNOCK CAT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 닛산에서는 전용 홈페이지를 만들어 ‘네코밤밤’을 알리고 있다. 출처 | 닛산 네코밤밤 프로젝트.
‘네코밤밤’은 차에 타기 전에 보닛을 가볍게 두드리는 작은 배려가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캠페인이다. 고양이와 사람이 안심하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전용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계몽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2월 22일 고양이의 날에 보닛을 두들겨서 고양이가 어디에 있었는지 조사하는‘전국 네코밤밤 설문조사’프로젝트는 괄목할 만하다.
조사 결과, 자동차 보닛을 가볍게 두들겼을 때 208명 중 약 14%인 30명의 사람들이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가 있던 장소로는 자동차 아래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타이어 주변이 8건, 보닛 위가 6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엔진룸 안에 있었다는 응답도 3건이나 있었다.
10마리 중 7마리가 자동차 아래나 타이어 근처, 엔진룸 내부 등 사람이 인식하기 어려운 장소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에 타기 전 가볍게 보닛을 두드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비오는 날이나 더운 여름에도 고양이가 자동차 아래에 있었다는 답변자가 있었다. 계절에 관계 없이 자동차가 고양이에겐 더위나 추위, 비, 눈 등을 피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승차 전 보닛을 가볍게 똑똑 두들겨 준다면 불행한 사고는 미리 방지 가능할 것이다.
△ <전국 네코밤밤 설문조사> 실시 결과 그래프. 질문은 응답자가 어느 지역에 살며 보닛을 두드렸을 때 고양이를 발견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디에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출처 | 닛산 네코밤밤 홈페이지.
또한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1분 가량의 동영상도 계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네코밤밤 심벌마크와 고양이가 차 주변이나 엔진룸 안에 있는 동영상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데, 동영상은 실제로 자동차 주변이나 안에 있던 고양이를 촬영한 사람들에게 허락을 받고 제작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서는 네코밤밤을 하는 사람들과 자동차에서 나오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네코밤밤 프로젝트’ 전체 동영상 중 일부. 추운 겨울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일도 종종 생기니 타기 전에 보닛을 똑똑 두드리자는 내용이다. 출처 |네코밤밤 유튜브 동영상.
네코밤밤 심벌마크는 닛산에서 직접 제작했다. 매년 자동차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를 배포하는 이벤트 등을 열고 상업적인 용도가 아니라면 이미지는 홈페이지에서 직접 다운받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작은 배려로 구할 수 있는 생명. 타기 전에 #네코밤밤”이라는 문구와 함께 타이어 위에 고양이가 앉아 있는 네코밤밤 심벌마크. 현재는 크리스마스 한정 심벌마크가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며 이들 이미지는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출처 | 닛산 네코밤밤 홈페이지.
△ 웹사이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네코밤밤 해시태그로 올라온 사진들. 출처 | 닛산 네코밤밤 홈페이지.
얼마 전 캣랩에서도 중고차 어프릴케이션 첫차의‘모닝노크(클릭하면 기사로 이동)’ 캠페인 기사를 소개했다. 하지만 필자는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고 고양이를 좋아만 하지 지식이 전무한 탓일까 자동차를 타기 전에 보닛을 두드려야 한다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기사를 보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세상에는 분명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얼마 전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몇 달 전 길을 가다 주차장에서 고양이 사체를 치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동차 아래에 있던 고양이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던 듯했고 처참하게 사고를 당한 고양이 모습이 눈 앞에 맴돌아 한동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때 그 차를 운전하던 운전자가 ‘모닝노크’나 ‘네코밤밤’을 알았다면 어쩌면 고양이는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겨울은 일본의 겨울보다 길고 춥다. 차에 오르기 전 똑똑 두드리는 작은 배려가 하루하루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작지만 큰 행동이 될 것이다.
참고 및 사진자료 | 닛산 네코밤밤 홈페이지 http://www2.nissan.co.jp/SOCIAL/CAMP/NEKOBANBAN/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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