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정말 고마웠어” 여든여덟의 고양이 할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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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11월 14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8,164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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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양이는 결코 집사를 잊지 않는다>는 기사를 통해 고양이가 집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아무리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절대 잊지 않는다는, Kal Kan의 감동 영상을 소개했다.
사실 고양이 사료 업체 Kal Kan에서는 작년에도 영상 하나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조금은 기묘하면서 애절하다. 제목은 <18살 할아버지>. 열여덟이라고 하면 하고 싶은 것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은 꽃 같은 나이인데 18살 할아버지라니. 이번에는 또 고양이와 집사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 18살 할아버지 이야기
“요즘 몸은 좀 어때?”
"뭐, 죽지 못해 사는 거지.”
“또, 또 그런 소리 한다.”
영상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 소소한 대화로 시작한다.
언뜻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보이는 두 사람.
사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8년 전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편의점 주차장에서였다. 빗속에서 도움을 구하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봤다고 말하는 젊은 여자와 속마음을 그대로 들킨 것이 억울해 그냥 배가 고팠을 뿐이라고 억지 부리듯 말하는 할아버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어딘지 모르게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18년 동안 함께 지낸 일들을 회상하며 두 사람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나갔다 올 때마다 싸우고 와서 항상 걱정했다는 여자의 말에 걱정만 시켜서 미안하다는 할아버지.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여자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무릎을 내어주고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랬다는 듯 편안하게 무릎에 머리를 댄다. 그리고 여자는 걱정스러운 듯, 그리고 사랑스러운 듯 말을 잇는다.
“오래 살아야 해, 꼭 오래 살아야 해.”
소박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 감사의 말을 전하는 두 사람.
“18년 동안 정말 고마웠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야말로 잘 부탁해.”
이때 카메라의 시선이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여자에게서 할아버지에게로 옮겨간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고양이 한 마리’.
드디어 기묘한 영상의 의문이 풀린다. 할아버지는 18년 전 비 오는 날 소녀에게 구조된 고양이였던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고 싶다는 집사와 고양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 영상은 ‘긴 시간 함께 한 고양이와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18살 고령묘를 여든여덟 할아버지로 의인화해 만든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분명 고양이나 집사나 어린 나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人(인)생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猫(묘)생의 속도로 세상을 살면서 어느 순간 집사와 나이가 같아졌다가 멀어져 집사보다 한 발 먼저 삶을 경험한다.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듯 고양이의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고양이와 집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어쩌면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늘어난 수명만큼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오랫동안 행복하게 묘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 내 옆에 있는 고양이, 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 보자. 긴 시간 떨어져 있어도 집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듯 그 마음은 그대로 고양이의 가슴에 오랫동안 행복하게 남을 테니 말이다.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참고 사이트>
KAN KAN <18살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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