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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엔’이 주는 의미 –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동물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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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07월 26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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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엔, 원으로 환산하면 약 780원. 지자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보호소로 옮겨져 안락사를 당할 때 드는 평균비용이다. 어떻게 보면 고양이 한 마리의 가치처럼도 들리는 이 ‘78엔’의 의미에 주목한 한 초등학생이 있었다. 

 

“생명의 가치가 겨우 78엔밖에 안 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2012년 아이치현 도미하시시에 살던 초등학교 6학년 다니야마 지카에게는 키키라는 친한 길고양이가 있었다. 어느 날 키키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낳지만 보호소에서 새끼 고양이를 데려간다. 그런 과정에서 지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안락사되는 금액이 78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끼 고양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키키의 쉰 울음소리가 지카에게는 너무도 슬프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지카는 이 경험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고양이 안락사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78엔의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작문 했고 도요하시시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작문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알리는 내용으로 도요하시시의 일부 학교에서 도덕 수업의 자료로 사용되었다. 또 2015년 도요하시시에 사는 한 만화가에 의해 그려져 인터넷에 발표되었다. 도쿄의 크리에이터들도 이에 주목하며 <78엔의 생명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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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엔의 생명>을 쓴 다니야마 지카와 키키. 사진출처 | https://greenfunding.jp/lab/projects/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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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키키. 새끼 고양이를 계속 울며 찾다가 결국 쉰 울음소리를 갖게 되었다. 사진출처 | https://greenfunding.jp/lab/projects/1406

 

 

 

<78엔의 생명 프로젝트>는 다니야마 지카 양이 쓴 <78엔의 생명> 을 원작으로 그림책을 출판하고 포스터와 엽서, 그림책을 제작해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아트 디렉터 신무라 나쓰에, 자유기고가 도즈카 마코토, 포토그래퍼 Kay N이라는 세 명의 크리에이터가 주축이 되었다.

이들 크리에이터들이 재능기부로 실무제작비용을 충당하고 그림책과 포스터, 안내책자 제작비용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련하고자 했는데 약 500명이 참가했고, 390만 엔이 넘는 금액이 모아졌다. 그 결과 본래 프로젝트 목표였던 그림책 <78엔의 생명> 100부와 포스터 등의 제작비용은 물론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비용, 동 그림책 증쇄비용까지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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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무라 나쓰에, Kay N, 도즈카 마코토. 

 

 

그림책 <78엔의 생명>은 2016년 7월 1일 출판되었다. 책은 ‘78엔’의 의미를 살려 현재 아이치현 도요하시시와 도쿄의 서점, <78엔의 생명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78엔에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터와 안내책자는 아이치현 도요하시시를 중심으로 배포될 예정이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지역고양이 보호단체, 보호소 등 배치를 원하는 곳이라면 무상으로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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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78엔의 생명>. 7월 1일부터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78엔’에 의미를 살려 초판은 78엔에 판매되며 2쇄부터는 780엔에 판매될 예정이다. 사진출처, 판매처 | https://78yenproject.theshop.jp/items/3347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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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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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책자 이미지.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마리의 고양이가 안락사를 당하며 그 중 약 60%정도는 새끼 고양이라고 한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고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고 그렇게 길고양이 수가 많아지면 보호소로 가게 된다. 그러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하는 악순환. 길고양이 TNR 수술을 활성화하고 돌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귀엽다는 생각만으로는 동물을 기를 수 없다. 살아있는 생명을 기른다는 의미는 한 생명에 책임감을 가진다는 뜻이다. 

장난감처럼 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함께 할 자신이 없다면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도 집 근처에는 몇 마리의 길고양이가 있다. 나는 이 고양이들을 귀여워해 줘도 될지 늘 고민한다.”다니야마 지카 作 <78엔의 생명> 중에서 - 

 

생명의 가치처럼 느껴졌다는 ‘78엔’의 의미를 통해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자신도 잘 몰라 길고양이에게 잘해줘야 할지도 망설이게 되었다는 어린 초등학생의 마음. 

길고양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씁쓸한 마음만 가지고 넘길 수도 있었던 일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생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되었다. 이번 사례는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분명 한국에도 길고양이를 비롯해 반려동물, 유기동물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깨달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경험과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형태로든지 전해진다면 길고양이를 대하는 자세, 그리고 올바른 인식을 갖는 데 도움이 되고 점진적으로 길고양이 보호 및 동물보호로도 이어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 cat lab -

  

참고사이트 | <78엔의 생명 프로젝트> http://78yenproject.jp/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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