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흐릿한 색으로 채워진 세상, 고양이는 얼마나 색을 구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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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05월 10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5,8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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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양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빨간 깃털의 장난감이 초록빛 소파 위에 놓여 있다면, 고양이는 그 장난감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존재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고양이가 색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전색맹(全色盲)'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고양이는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에 가깝습니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녹색 가운데, 고양이는 파랑과 녹색만 구별할 수 있는데요. 이는 고양이 눈에 빨간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명하게 보는 빨간색은 고양이에게 노란색이나 옅은 초록색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최고의 밤 사냥꾼으로서 필요한 것은 색지각보다 움직이는 사물을 민감하게 잡아낼 수 있는 동체시력이기 때문입니다.

과학 매체 <와이어드(Wired)>가 몇 해 전 소개한 ‘고양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따르면, 고양이의 시야는 약 200도로 인간(약 180도)보다 넓습니다. 다만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거리는 불과 6m에 그쳐, 30~60m까지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사람보다 짧습니다. 대신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의 수가 약 2억 개로, 사람의 1억 2천만 개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 덕분에 고양이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시각적 정보를 잘 받아들이고,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wired>는 니콜라이 램이라는 작가가 동물 안과 전문의들의 컨설팅을 받으며 제작한 아래의 사진을 기사와 함께 공개해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습니다.
△ 고양이는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이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녹색 중 파랑과 녹색만 구별할 수 있다.
All Photos=Nickolay Lamm, in consultation with Kerry L. Ketring, DVM, DACVO of All Animal Eye Clinic, Dr. DJ Haeussler of The Animal Eye Institute, and the Ophthalmology group at Penn Vet.
△ 그러나 빛을 감지하는 막대 모양의 간상세포는 2억 개로 약 1억 2천만 개인 사람보다 훨씬 많아 어두운 곳에서 잘 볼 수 있고 움직이는 것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
All Photos=Nickolay Lamm, in consultation with Kerry L. Ketring, DVM, DACVO of All Animal Eye Clinic, Dr. DJ Haeussler of The Animal Eye Institute, and the Ophthalmology group at Penn Vet.

결국 고양이에게 세상은 총천연색 풍경이 아니라, 미묘한 빛의 대비와 움직임으로 채워져있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눈길을 단박에 사로 잡는 붉은 깃털 장난감이라 해도, 고양이에게는 오직 살아 움직일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죠.
글 | 캣랩 이서윤 기자 catlove@ca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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