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길이야", 스위스 가정집에 난 수많은 고양이 사다리들

스위스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이자 수도인 '베른', 이 도시의 많은 건축물 벽면에는 수년 전부터 독특한 형태의 작은 사다리들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건물 내부와 외부를 드나들기 쉽도록, 또는 여러 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 위해 '고양이 전용 사다리'를 만든 것.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브리짓 슈스터(Brigitte Schuster)는 5년 전 베른을 거닐다가 독특한 사다리가 설치된 건물을 발견했다. 작가는 사람이 사용하기엔 너무 작은 이 사다리는 오직 '고양이'만을 위한 사다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는 큰 감명을 받게 된다.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고양이가 쉽게 점핑할 수 있도록 건물에 만들어진 고양이 사다리에서는 사회학적, 건축적, 미적 관점이 드러났다. 이내 고양이 사다리가 보존되고 다음 세대에도 전달되기를 바란 작가는 이 같은 기획의도가 담긴 <스위스 고양이 사다리>라는 사진집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엮어진 이 책은 고양이 사다리와 주변 건축물과의 관계성(context)을 사진에 기초해 연구되었으며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를 조사하는 데 사용된다고.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이쯤 해서 작가가 촬영한 사진 몇 점을 살펴보자. 그에 눈에 비친, 시민들이 가진 지식을 동원해 사다리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창의적이었다. 

 

 1. 인간용 계단을 활용한 사례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이 집의 경우 문으로 들어오는 계단을 사다리의 일부로 활용했고,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다. 

2. 기존 우편함을 이용한 사례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위와 같이 단순한 나무 기둥 두 개를 계단으로 만들고, 우편함을 이용해 고양이가 1층과 2층 창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다리를 설치해 주기도 했다.

3. 배관을 활용한 사례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때로는 별 다른 자재가 없을 경우 배수관을 이용하여 고양이 계단을 만들기도 했다. 건축물마다 가진 형태가 달랐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재도 달랐기 때문에 독특한 형태의 독창성을 가진 사다리들이 더욱 흥미롭게 보인다.

4. 나선형 계단으로 만들어준 사례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정교하게 나선형 나무로 제작된 계단형도 있다. 이 사다리는 웹 사이트에서 건축물의 형태에 맞게 조립하고 다듬어서 사용할 수 있는 고양이 사다리 자재를 구매해 만든 것이다.

5. 건물 옆 고목나무를 이용한 사레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이 집은 발코니와 옆 고목나무에 널을 대서 고양이 사다리를 만들었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고양이에게는 매우 유용할 것이다. 

6. 건물 외벽에 계단을 낸 사례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창문 난간을 기준으로 부족한 플로어는 추가적으로 맞은편에 낸 다음 서로 연결한 이 고양이 계단은 마치 축소된 인간용 계단을 보는 것 같다.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개인적인 차원에서 시작된 고양이 전용 사다리 설치는 이제 '고양이 사다리 현상' 이라고 불릴 만큼 베른뿐만 아니라 스위스, 더 나아가서는 유럽 각 지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민들끼리 만드는 방법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또 고양이 용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디자인을 고려한 사다리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점점 보기 좋은, 견고한 사다리로 발전해가고 있다.

 

△ 사진=Brigitte Schuster, 'Swiss Cat Ladders'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고양이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겉으로 드러냄으로써, 더 많은 시민들이 고양이에 대해 친화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움직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이다.

 

브리짓 슈스터 작가는 “사다리들이 일회적으로 호기심이나 단순 재미를 위해 설치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고양이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거나 낡아서 위험해졌을 때는 교체나 수리를 하는 등 지속적인 유지를 하면서 베른 지역의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글 | 캣랩 김유란 기자 yukim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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