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화장실, 사막화 방지보다 중요한 건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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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년 03월 06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6,08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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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매력 중 하나가 똑 부러지는 배변 습관입니다. 리터박스에 모래만 담아 주면 별다른 배변 훈련 없이도 화장실을 가리니 그 모습이 신통방통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평소 아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1. 볼일을 본 뒤 배설물을 모래로 덮지 않고 서둘러 화장실에서 빠져나온다.
2. 볼 일을 본 뒤 다리를 털면서 나온다.
3. 화장실 턱에 올라가 볼 일을 본다.
4. 화장실 가장자리를 벅벅 긁는다.
고양이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이 선택한 화장실을 쓰고 있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의 고양이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화장실 청소를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라면 이유가 뭘까요.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고양이가 좋아하는 화장실과 집사가 좋아하는 화장실은 다릅니다. 집사는 원목 가구처럼 예쁘고 자리도 적게 차지하며 사막화까지 확실하게 잡아 주는 고양이 화장실에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정작 이용자인 고양이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고양이가 화장실에서 배변한다고 해서 꼭 그 화장실을 마음에 들어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고양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좋아하는 화장실은 어떤 화장실일까라는 의문이 드는데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것은 가장 단순한 구조의 화장실입니다. 집사들이 사실 냄새나 사막화 문제로 잘 선택하지 않는 낮고 지붕 없는 오픈형 구조의 화장실 말입니다.
그렇다면 야생에서 고양이는 어떤 장소를 화장실로 썼을까
과학자 스티븐 부디안스키 저서의 <고양이에 대하여>에 의하면, 유독 고양이만은 야생 고양이와 집 고양이 간 뚜렷한 차이가 없습니다. 가축화되면서 야생의 친척 동물과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종으로 구분되기도 하는 개, 말 등의 동물과는 달리 말입니다. 그러니 우린 고양이가 좋아하는 화장실 유형은 야생에서 고양이가 어떤 장소를 화장실로 선택했는지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볼 일을 보는 동안 무방비 상태에 놓입니다. 이것은 적에게 쉽게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야생의 고양이는 방해자나 적이 없는 안전한 장소를 화장실로 골라야 했습니다. 볼 일을 보는 동안에도 주변의 동정을 살필 수 있고 위급 시에는 몸을 곧바로 피할 수 있어야 하므로, ‘조용하고 보는 이가 없으며 공개된 곳’에서 배설했습니다. 고양이 화장실 유형으로 살펴보자면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곳에 놓인 지붕 없는 오픈형 화장실인 거죠.
고양이가 좋아하는 화장실 조건 1, 주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이 같은 화장실 유형에 대해서 국내외 수의사들은 의견을 같이 합니다.
나응식 고양이 행동 전문가 겸 그레이스 동물병원 원장은 “바디가 목재로 구성된 기존 고양이 화장실은 고양이의 시야를 가리므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반면 개폐형 화장실은 개방감이 확보되므로 고양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캣랩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습니다.
김명철 고양이 행동 전문가 겸 백산고양이전문병원 원장은 최근 낸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을 통해 “대부분 길고양이들은 사방이 확 트여 주변을 경계할 수 있고 부드러운 모래나 흙이 있는 곳을 화장실로 애용한다”며, “집에서도 화장실 위치는 조용하고 주변이 트여 있어 시야와 퇴로가 확보된 곳이 좋다”고 언급했습니다.
고양이 전문 병원 Tokyo Cat Specialists 일본 야마모토 원장은 “야생고양이과 동물이 동굴이나 수풀에서 배설하는 습관은 없다”며 오픈형 화장실이 갖는 장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이어 그는 “국제고양이의학회(ISFM)의 지침에도 고양이가 화장실에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지붕이 없는 편이 낫다고 나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화장실 조건 2, 크고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공개된 장소라 하면 ‘시야 확보’와 함께 ‘넓고 환기가 잘 되는 것”도 의미합니다. 이상적인 고양이 화장실 크기는 고양이 몸의 1.5배 이상되는 것입니다.
도쿄 고양이 의료센터 핫토리 유키 원장은 관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양이가 화장실 가장자리에 다리를 걸치고 배설한다면 화장실이 너무 좁다는 신호일지 모른다”라고 운을 뗀 뒤, “신장과 같은 크기의 화장실은 답답하기 때문에 편하게 배설할 수 없다”며 “시중에서 판매하는 고양이 화장실은 일본의 주택 상황에 맞춰서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으므로 의류 수납 상자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굿똥은 47×70×48cm 규모로 현존하는 고양이 화장실 중 가장 크다. 10kg의 거묘까지 커버하는 대형 크기에 바닥 면을 제외한 모든 면에 메쉬 패턴의 통풍구를 내서 환기가 되고 시야가 확보된다. 모서리나 출입구는 홈이나 이음매 없이 둥글게 처리해 청소가 쉽고 고양이가 드나들기 편리하도록 했다. 소재는 유아용 젖병에 사용되는 최고급 PP재질을 사용했다. 사진제공=로마샌드.
47×70×48cm 규모로 현존하는 국내 고양이 화장실 중 가장 큰 로마샌드의 ‘굿똥’이 수많은 반려묘와 집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 또한 이를 방증하는데요. 굿똥은 작년 1월 론칭한 뒤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누적 판매량 6000개 이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고양이 중심형 화장실은?
굿똥은 10kg의 거묘까지 커버하는 대형 크기에 바닥 면을 제외한 모든 면에 메쉬 패턴의 통풍구를 내서 환기가 잘 되고 시야가 확보되도록 했습니다. 넓고 쾌적해서인지 굿똥 화장실에서 반려묘들이 모래놀이를 하느라 나오지 않는다는 사용 후기들이 참 많습니다.
고양이 화장실 관련 제품 개발뿐 아니라 오랜 시간 길고양이 보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펴고 있는 로마샌드 측은 “구조한 아깽이들이 성묘가 되면서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의 방향을 힘들게 돌리거나 웅크리고 불편하게 배변을 보는 일이 잦았다”며 굿똥의 개발배경을 설명합니다.
△ 2묘가 들어가도 넉넉한 사이즈며, 10kg의 뚱냥이까지 커버한다. 사진제공=로마샌드.
올해 1월 나응식 수의사가 반려동물라이프토털브랜드 포쉬펫부티크와 함께 만든 ‘깔끔이’도 고양이 행동학을 반영한 고양이 중심의 화장실로 개발되어 언론의 관심을 한데 받았습니다.
깔끔이는 목재 프레임에 투명 아크릴을 바디로 하고 있어 내부의 고양이에게 사방이 확 트인 안정된 시선감을 제공하는데요. 하단의 리터박스 수납 공간은 64×46.5×34cm로 넉넉해 대형 사이즈의 리터박스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나응식 수의사는 “기존 고양이 용품들은 인간의 편의성에 기댄 부분이 많아 상대적으로 고양이 입장에서의 사용성은 축소된 면이 있었다”며 “깔끔이는 고양이 정서에 도움이 되고 보호자도 만족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말합니다.
△ 깔끔이는 목재 프레임에 투명 아크릴을 바디로 하고 있어 내부의 고양이에게 사방이 확 트인 안정된 시선감을 제공한다. 하단의 리터박스 수납 공간은 64×46.5×34cm로 넉넉해 대형 사이즈의 리터박스도 사용이 가능하고, 화장실 청소나 모래 교체도 투명 아크릴을 들어 올려 화장실 전면을 완전히 개방한 상태에서 이뤄지므로 편리하다. 또한 상단에는 구멍을 내서 공기 순환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사진제공=포쉬펫부티크.
고양이의 삶의 질은 집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양이 화장실은 건강과 직결됩니다.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양이는 화장실에 가는 것을 참게 되는데 이것은 특발성 방광염 등의 원인 중 하나라는 보고도 있으니 말이죠. 고양이 화장실만큼은 집사가 아닌 ‘고양이 중심’에서 골라야 하는 더 다른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글 | 캣랩 장영남 기자 catlove@ca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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