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과 개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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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01월 13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52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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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익갤러리에서 사진작가 윤정미의 ‘반려동물’전(2015.12.18~2016.1.13)이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윤정미 작가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주인과 반려동물들을 그들의 공간에서 촬영한 신작 100여점 가운데서 엄선되었다.
언뜻 보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윤정미 작가의 기존 작업들과 매우 달라 보인다. 그러나 인물과 공간과의 연관성, 인물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과의 연관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컬렉터 프로젝트’, ‘컬러 프로젝트’, ‘공간-사람-공간‘ 등과 연결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은 반려동물과 그 주인이고, 공간은 그들이 사는 또는 그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작가는 인물과 그들의 가족이 되어 자식처럼 키워지는 반려동물, 그리고 인물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공간들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게 만든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탓에 그들을 먼저 보내야하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주인이 어떤 상태이건 간에 항상 반겨주는 영원한 친구이자 가족인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가의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동물애호가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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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 두부와 콩, 서울, 응암동, 2015, Copyright ⓒ 윤정미.
할머니와 갑돌이, 서울, 용산동, 2014, Copyright ⓒ 윤정미.
길수와 철수, 서울, 용산동, 2014, Copyright ⓒ 윤정미.
정은과 이안과 단테, 통의동, 2015, Copyright ⓒ 윤정미.
하정과 엘리, 서울, 이태원동, 2014, Copyright ⓒ 윤정미.
화익 가족과 호리와 연,서울, 홍은동, 2015, Copyright ⓒ 윤정미.
태영과 코코, 서울, 신사동, 2014 ,Copyright ⓒ 윤정미.
드루실라와 덴젤과 다니엘과 사수키와 루피, 서울, 서빙고동, 2015, Copyright ⓒ 윤정미.
연경과 포리, 서울, 신교동, 2015, Copyright ⓒ 윤정미.
– mini interview –
윤정미 작가와 그의 반려견 몽이.
Q. 일련의 작품활동에서 드러낸 ‘공간과 인물과의 연관성’을 통해 어떤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는가. 그것에 주목한 이유는. A. 전부터 인물촬영을 하더라도 인물에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공간이나 일하는 공간에 녹아든 그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배경이 아예 없는 하얀 스튜디오에서 인물만 촬영할 수 있을 것이고, 배경을 아주 아웃 포커싱해서 인물에만 집중되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등이 그 사람에 대해서 말해주듯, 그 사람이 사는 공간의 인테리어, 그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들, 모으는 물건들, 읽는 책들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 미끈한 공간에서 인물을 잘 표현하는 것보다, 공간과 인물이 같이 있는 사진들에 더 매력을 느낀다.
Q. 이번엔 그 주제가 반려동물이었다. 다른 주제와 다르게 반려동물과 그 주인, 그리고 그들의 공간에서는 어떤 연관성을 발견했는지. A. 공간의 경우, 그 사람이 수년을 그곳에 살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가장 적합하도록 환경을 바꾸거나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로 꾸민다. 굳이 꾸미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체취가 묻어나기 때문에 공간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 간 연관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려동물과 주인과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이 어떤 취향을 갖고 어떤 일을 하는지가 공간 안에서 묻어나고 그 주인은 또 자신의 반려동물과 닮아간다. 공간, 주인, 반려동물이 한 공간 안에서 녹아들어 가족으로 자연스럽게 같이 사는 모습이 보여진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반려동물과 주인, 공간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A. 시각 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견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안내견은 응석받이나 재롱둥이처럼 행동하는 다른 개들과 많이 달랐다. 훈련 받은 개라서 그런지 자기의 일을 충실히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주인과 표정이 많이 닮았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들을 만나고 개들은 정말 사람과 똑같이 저마다의 표정과 인상을 갖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뚜렷이 느꼈다.
Q. 반려동물과 주인과 공간을 작품의 주제로 선택한 계기는. A. 어렸을 때 마당에서 하얀 스피츠 ‘렌티’를 키웠다. 그 개가 낳은 새끼들이 꼬물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이들이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고 나도 개를 좋아하기도 해서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2개월된 빠삐용 종의 몽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빠삐용은 귀가 나비처럼 접혔다 펴졌다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 자라면 나비날개처럼 예쁘게 펼쳐진 귀 아래로 잔털들이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휘날린다. 그 모습이 잔머리 흘러내리는 내 모습과 닮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가 닮아 보여서인지 친구들로부터 몽이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몽이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몽이와 나처럼 반려동물과 그 주인이 닮은 경우를 참 많이 보게 된다. 뭔가로 꾸미지 않았는데도 그런 느낌들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이번 사진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반려동물을 보고 있자면 영화 <황금 나침반>에 나오는 ‘데몬’이라는 사람과 분신처럼 그를 따라 다니는 동물들이 연상된다. 더욱 요즘 반려동물은 사람과 같이 먹고 자며 사람을 위로하는 그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Q. 촬영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A. 지인들이나 지인들의 지인 또는 모르는 분들이 신청해오면, 그들의 집이나 그들이 자주 가는 장소에 가서 촬영했다. 처음에는 포즈를 특별히 요청하지 않거나 평소에 하고 있는 자세로 있어 달라고 부탁한다. 보통 촬영을 시작한다고 하면 표정이나 행동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스트 촬영이라고 하며 찍는데 이때 자연스러운 사진이 많이 나온다. 개와 고양이를 찍는 방법도 좀 달랐다. 개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거나 ‘고기’, ‘치즈’, ‘나가자’ 등을 외치면 카메라를 바라봐준다. 그러나 고양이는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거나 잡고 찍었다. 한 모델 당 1~2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실내에서는 대부분 조명을 사용했다.
Q. 반려동물 주제의 다른 작업 계획이 있다면. 뱀, 거미, 원숭이 등 희귀한 동물, 곤충 등을 키우는 분들을 섭외해서 촬영하고 싶다. 여태까지의 촬영이 좀 부드러웠다면, 좀 기괴하고 쎈 이미지를 찍어보려고 한다. 주위에 희귀 동물이나 곤충을 키우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모델이 되기를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연락해 주면 좋겠다. -cat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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