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떠나 보낸 사람들을 위한, ‘MECAT-SHIMA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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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03월 23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6,55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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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 네코저널 https://nekojournal.net
길고양이 시마는 태어났을 때 건강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점점 몸이 약해졌고 결국은 어미로부터 버림받아 어느 회사 사람들에게 구조된다. 몸이 너무 약해 일주일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선고를 받은 시마였다. 그렇지만 기특하게도 3개월을 더 살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 주었다. 고양이 시마가 떠난 뒤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특별한 물건을 만들기로 한다.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특수기계 제조회사 히라카와 제작소는 시마의 이름을 딴 ‘MECAT-SHIMA’ 헤드폰을 제작한다. 이것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헤드폰을 개조한 것으로 고양이의 털을 차흡음재로 넣어 만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헤드폰이다.
■ 조금은 특별한 ‘MECAT-SHIMA’ 탄생 이야기
히라카와 제작소는 어떻게 고양이 털을 넣은 ‘MECAT-SHIMA’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길고양이 시마를 보호한 히라카와 제작소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3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고양이 시마에게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느꼈다. 하늘나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털을 빗어주다 빠진 털을 보고 그들이 만드는 MECAT 헤드폰의 충진재로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히라카와 제작소 직원들은 시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시마의 털이 들어간 헤드폰을 만들어 장례 제단에 올렸고 장례식이 끝난 날 밤, MECAT을 만들었던 직원들 몇몇은 신기한 경험을 한다. 건강한 모습의 시마가 MECAT 헤드폰을 입에 물고 나타나 고양이를 떠나 보내고 슬퍼하는 가족에게 그것을 전해주는 꿈을 동시에 꾼 것.
시마를 잃어 슬픔에 잠겨있던 히라카와 제작소 사람들은 시마가 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깨닫고 사랑하는 고양이를 떠나 보낸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을 위한 ‘MECAT-SHIMA’를 제작하기로 한다.
■ 고양이 성격에 맞게 소리까지 조절되는 ‘MECAT-SHIMA’
고양이 털로 만드는 헤드폰 ‘MECAT-SHIMA’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히라카와 제작소에 ‘MECAT-SHIMA’로 만들고 싶은 추억이 담긴 헤드폰과 고양이 털을 보내면 헤드폰을 분해해 개조설계한 다음 내부 부품을 분리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고양이 털을 차흡음재로 넣고 미세하게 소리를 조절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헤드폰이 탄생한다.
헤드폰에 사용하는 고양이 털은 대형 헤드폰은 약 10g, 소형 헤드폰은 약 6g이 필요하며 화학처리를 거친 뒤 차흡음재로 사용한다. 개조한 다음 소리도 조정하기 때문에 평범한 헤드폰이 방음성이 뛰어나고 사운드 성능이 좋은 헤드폰으로 탈바꿈한다. 최근에는 고양이의 성격, 털 색깔, 고양이 외모 등을 알려 주면 베이스가 되는 헤드폰을 골라 만들어 주기도 한다.
△ 소형 헤드폰 제작에 필요한 고양이 털은 6g, 사람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의 양이 필요하다(위). 기본 베이스가 되는 헤드폰을 분리해 화학처리한 고양이 털을 차흡음재로 넣는다(아래).
‘MECAT-SHIMA’은 키우는 고양이 털을 내부에 넣어 만든다는 특징도 있지만, 고양이 성격에 맞춰 소리를 조절해 준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활발한 성격의 고양이라면 날카롭고 개성 있는 소리로, 얌전한 고양이라면 깨끗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조절한다. 사랑하는 반려묘의 털을 활용하고 성격에 맞춰 소리까지 조절해 준다고 하니 애묘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물건이 될 것이다.
■ 반려묘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양이 시마는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세상에 있는 동안은 물론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사람들에게 많은 행복과 위로를 안겨주는 참으로 고마운 고양이다.
긴 시간 함께 생활하며 많은 사랑과 위로를 주는 반려묘. 그런 반려묘와 헤어지는 일은 애묘인들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 꼭 한 번은 부딪혀야 하고 겪어야 하는 일이며 오랫동안 슬픔 속에서 지내야 하는 수렁처럼 깊은 슬픔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 반려묘의 흔적이 남아 있고 반려묘의 소리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위로가 되는 일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반려묘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이들이 반려묘의 향기, 목소리, 추억이 담긴 물건들과 함께 천천히 슬픔을 극복하고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사이트 | 히라카와 제작소 http://www.hirakawa.com/sima.html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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