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일본의 ‘고양이 혼인 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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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02월 15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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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아침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분명 봄이 가까이에 왔음을 알려주듯 따스하다. 이렇게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겨울이 끝날 즈음이 되면 우체통에 하나 둘 쌓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이다. 사실 필자는 주변 친구들이 죄다 결혼할 시기에 일본에 있었고 그 덕에(?) 주변의 압박과 자극을 덜 받아서인지(?) 아직도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요즘 친구들의 청접장이 아닌 다른 것 때문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그것은 바로 듣기에도 생소한 ‘고양이 혼인 신고서’ 때문이었다.

■ 고양이 혼인 신고서?!

‘고양이 혼인 신고서’라고 하면 고양이들을 결혼시킬 때 쓰는 건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애묘인 커플을 위해 고양이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혼인 신고서다. 고양이 울음 소리와 숫자 ‘2’를 뜻하는 일본어 발음이 비슷해 지정된 2월 22일 고양이의 날을 맞아 일본의 한 사이트에서 제작한 것이다.

혼인 신고서 디자인 사이트 ‘혼인 신고서 제작소(婚姻届製作所)’에서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10종의 오리지널 ‘고양이 혼인 신고서’와 혼인 신고 인증샷에 사용할 수 있는 ‘고양이 모티브 사진 소도구’를 공개하고 3월 31일까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혼인 신고하는 날이 곧 결혼 기념일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커플이 2월 22일에 맞춰 반려하는 고양이 사진이 들어간 혼인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면 그 행복은 분명 몇 배로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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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인 신고서 제작소의 ‘고양이 혼인 신고서 & 사진 소도구’ 무료 다운로드 캠페인 사이트. 10종류의 혼인 신고서는 물론 혼인 신고를 하면서 인증샷을 찍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소도구도 3월 31일까지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잠깐, 혼인 신고서도 디자인이 가능한 걸까? 일본에서는 호적법에 규정된 양식에만 맞는다면 직접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넣어서 디자인하거나 유료 또는 무료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아 작성해 제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PR을 위해 자체 디자인한 혼인 신고서를 무료배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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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캣랩에서도 소개한 ’고양이 오토바이 번호판’을 제작했던 분교구의 혼인 신고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배경인 곳인 만큼 고양이 모티브를 넣어서 ‘구청 제출용’과 ‘본인 보관용’ 혼인 신고서를 선보였다. https://www.recruit-mp.co.jp/machi/bunkyo/

■ 애묘인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

그렇다면 ‘고양이 혼인 신고서’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어느 날 열린 디자인 기획 회의에서 만약 혼인 신고를 한다면 어떤 양식으로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한 디자이너가 집에 있는 냥님을 모티브로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내면서 ‘고양이 혼인 신고서’는 탄생했다. 규정된 양식에 맞춰 구청에 제출하면 그만인 서류 한 장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 되는 인생의 기쁨을 소중한 고양이와도 나누고 싶다는 애묘인의 작은 소망이 실제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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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인 신고서 제작소의 ‘고양이 혼인 신고서 & 사진 소도구(맨 아래)’ 디자인 일부. 귀여운 일러스트가 들어간 디자인부터 사진이 들어간 디자인까지 다양하다. 물론 디자인을 의뢰해 나만의 고양이 혼인 신고서도 만들 수 있다.

특별한 날을 냥이와 함께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는 집사의 세심한 배려에서 탄생한 ‘고양이 혼인 신고서’.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키우고 있지도 않고 결혼할 사람도 없는 필자가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탐나는데 애묘인들은 마음은 오죽할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용 혼인 신고서는 못 만들더라도 고양이용 혼인 신고서, 고양이 출생 신고서, 집사와 고양이의 고용 계약서, 길고양이 이력서 등이 있다면 애묘인과 고양이가 더 많은 추억을 쌓고 간직할 수 있을 듯싶다.

혼인 신고서 제작소의 ‘고양이 혼인 신고서’는 가입해야 다운받을 수 있으므로 혹시나 가입이 가능한 사람은 아쉬움을 달랠 겸 사진 찍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소도구라도 다운받아 사용해보자.

참고 사이트 | https://konin-todoke.com/cat/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