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한 채가 고양이와 냥덕후를 위해 꾸며지다, 오사카 ‘고양이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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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09월 06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15,37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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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전체를 오직 고양이와 고양이 애호가를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면 어떤 공간이 좋을까?
고양이들은 마음껏 우다다를 할 수 있고, 사람들은 고양이에 둘러싸여서 책을 읽거나 낮잠도 자고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고양이도 사람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있지 않을까?
마치 꿈과 같은 이런 공간이 올해 5월 일본 오사카에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보호묘 고양이카페 ‘네코 리퍼블릭’ 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버려졌다가 구조된 보호묘들의 세상이 될 ‘고양이 빌딩(ネコビル, 네코비르)’을 만든다는 것.
‘고양이 빌딩’ 프로젝트는 건물 한 채를 모두 고양이와 관련된 공간으로 조성해 애묘인들은 물론, 지금까지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쉽게 고양이와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호묘 입양을 촉진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됐다. 2022년 2월 22일까지 보호묘 안락사를 제로화하겠다는 네코 리퍼블릭의 활동이 그대로 반영된 빌딩이라고 하겠다.
프로젝트는 ‘고양이 빌딩’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금 일부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했는데, 크라우드 펀딩 마감일인 5월 22일까지 1억 8천만 원을 넘는 금액이 모여 1차와 2차 목표액을 거뜬히 달성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지난 5월 보호묘의, 보호묘에 의한, 보호묘를 위한 공간이 탄생했다.
고양이 빌딩은 건물 전체가 보호묘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은 애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가볍게 들러 식사를 하거나 가볍게 맥주를 마시면서 보호묘를 볼 수 있는 '고양이 카페바'로, 2층은 고양이 작가들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보호묘를 도울 수 있는 '고양이 잡화점'으로, 3층은 보호묘 고양이 카페 '네코 리버블릭'으로, 4층은 고양이와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CAT&BED&BOOK'으로, 5층은 고양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 공간'으로, 그리고 옥상은 '파티장'으로 구성되었다. 현재는 4층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운영 중에 있으며 5층과 옥상은 2차로 모금된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으로 가까운 시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 5월 오픈 당시 모습. 사진캡쳐 |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기비당고
▲ 일반인들도 쉽게 들를 수 있는 1층 카페바. 식사도 할 수 있고 저녁에는 가볍게 맥주를 마실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고양이와 접할 수 있도록 해 고양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없애고 관심을 갖게 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사진출처 | 기비당고
▲ 4층은 고양이와 함께 뒹굴뒹굴하면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 천장 가까이에 캣워크를 설치하고 고양이 전용출입구도 만들었다. 현재는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들의 이름이 고양이 전용 게이트 옆에 적혀 있다. 사진출처 | 마이니치 신문
▲ 곧 완성될 5층 공간 랜더링. 5층은 고양이들이 있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공용 오피스 공간으로 네코 리퍼블릭 사무실도 입점할 예정이다. 사진출처 | 기비당고
▲ 옥상 완성 이미지 사진. 고양이 관련 영화제나 애묘인들을 위한 파티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출처 | 기비당고
▲ 크라우드 펀딩으로 목표액 달성 후 기뻐하는 스테프와 고양이들. 이곳에 있는 보호묘는 네코 리퍼블릭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에 입양된다. 사진출처 | 기비당고
고양이들이 배부르게 먹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보호묘,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구조된 보호묘의 입양률을 높인다는 취지로 만든 ‘고양이 빌딩’.
보호묘와 사람이 서로를 느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버려져서 보호되는 고양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젝트가 기쁘면서도 가슴 한 켠이 씁쓸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고양이 빌딩’의 최종 목표는 반려동물문화를 ‘사는’ 것이 아닌 ‘입양’하는 것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이 빌딩’에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부터 천천히 해결해 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서울에서도 지난 6월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자’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이 행사 또한 고양이를 사고 버리고 그로 인해 길고양이가 늘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부터 바꾸는 활동은 분명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런 활동이 소중한 것은 고양이와 사람이 공생하는 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빌딩’의 활동이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지 눈 여겨 보면서 한국에서도 보호묘들의 거점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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