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 신문, 부국강묘(猫)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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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01월 18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3,31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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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일평생을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상처 받고 실망하고 좌절하다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시련을 겪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낼까. 어떤 사람들은 다시 사람을 통해서 위로 받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 애묘인이라면 고양이를 통해서 위로 받을 터이다.
도쿄에 사는 ‘하라구치 료쿠로(74)’에게도 그런 힘든 시기가 있었다. 젊은 시절 중동에서 일하면서 더 이상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꼈던 그는 고양이를 통해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 신문이라고 불리는 월간 <고양이 신문>을 만들었다.
△ ‘고양이 문학 세계에 초대한다’라는 문구와 고양이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월간 <고양이 신문>은 1994년에 창간, 2016년 10월에는 200호를 발행하고 올해로 22주년을 맞았다. 매달 12일에 발행되는 <고양이 신문>에는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표지 그림과 ‘애묘인’들을 위한 기분 좋은 글들이 담긴다.
● 창간 22주년
월간 <고양이 신문>은 고양이 문학신문이라는 콘셉트로 1994년 7월에 편집장 하라구치 료쿠로와 부편집장이자 아내인 미치요에 의해 창간되었다. 창간 당시에는 편집은 커녕 출판경험도 전혀 없는 완벽한 초보였지만 독자적인 콘셉트를 고수하며 22년 간 신문을 냈다.
그러나 한때는 휴간된 적도 있었다. 창간 1주년을 맞이했을 무렵 편집장 료쿠로가 뇌출혈로 쓰러져 후유증으로 더 이상 신문을 만들기 어려웠을 때였다. 하지만 휴간하고 6년이 지날 때쯤 <고양이 신문>을 책으로 정리해 내고 싶다는 출판사의 제안과 <고양이 신문>의 내용 일부를 매월 1회씩 소개하고 싶다는 마이니치 신문사의 의뢰가 복간의 길을 텄다.
△ 고양이 신문사의 간판 고양이 고짱. 아래 사진은 고짱을 안고 있는 부편집장 하라구치 미치요와 편집장 하라구치 료쿠로. 22년이라는 긴 세월만큼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고양이 신문>은 아직도 건재하다.
● 세계에서 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신문
월간 <고양이 신문>은 타블로이드판 8페이지 올 컬러로 매달 12일에 발행된다. 다루는 내용은 주로 고양이 그림이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문학작품, 고양이가 주제인 에세이 등 문학, 예술장르 부문의 고양이다.
또한 창간 당시부터 변하지 않는 원칙 하나가 있는데 다름 아닌 표지에 고양이 그림과 그에 어울리는 시가 함께 실린다는 점이다. 이런 독자적인 방식을 고수해서일까. ‘세계에서 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신문’으로 뉴욕 타임즈 일본판에 소개되기도 했다.
△ 2017년 1월 12일에 발행된 올해 첫 신문. 신문 표지에는 그림자 그림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그림 ‘백조를 타고 동화 속 여행’과 마나카 게이코의 시 ‘1월’이 실렸다.
● 광고 없는 신문
여느 신문엔 있지만 <고양이 신문>에는 없는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로 ‘인맥을 통한 글 의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지뿐만 아니라 신문에 실리는 에세이 저자를 보면 소설가 ‘아사다 지로’, ‘무레 요코’, ‘아카세가와 겐페이’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문화예술계 거장들이 대거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맥 없이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사실 편집자 하라구치 료쿠로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어떤 사람이든지 보기만 하면 ‘고양이와 같은 감각’을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료쿠로는 바로 편지를 써서 글을 의뢰하는데 현재 에세이 연재 중인 추리소설작가 ‘모리무라 세이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리무라를 보고 고양이를 좋아할 것 같아 의뢰 편지를 썼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실제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리무라는 편지를 받자마자 연재 의뢰를 승낙했다고.
<고양이 신문>에는 없는 두 번째는 ‘광고’다. 광고를 넣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광고를 받다 보면 신문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편집방향과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의뢰가 있어도 싣지 않고 있으며 대신 정기구독료와 고양이 신문을 응원하고 돕기 위해 2010년에 결성된 ‘고양이 신문을 지키는 모임’등의 기부금으로 더 아름다운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 2016년 10월 오타구 마고메 도서관에서 200호 발행 기념으로 열린 월간 <고양이 신문> 전시회 모습. <고양이 신문>이 걸어온 역사와 고양이가 이어준 인연을 과월호와 표지 원화 등으로 소개했다. 출처 | 지역 정보지
● 고양이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나라 ‘부국강묘’
그렇다면 <고양이 신문>은 어떤 모토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것일까. 월간 <고양이 신문>은 6년 간의 휴간을 끝내고 새출발 하면서 ‘고양이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국가야말로 진정 풍요로운 국가다’라는 생각을 ‘부국강묘(猫)’라는 말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고양이에 대한 배려는 ‘개, 토끼, 새 등 다른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더불어 노인과 병자, 장애인 등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로도 이어진다는 부국강묘(猫)의 슬로건에서 료쿠로의 세상을 보는 따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 월간 <고양이 신문> 이라는 제호 하단엔 빠지지 않고 ’부국강묘’라는 표어가 함께 실린다. 출처 | 라이프도어뉴스
사람에게 상처받고 좌절해 더 이상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시작한 월간 <고양이 신문>. 하지만 결국 <고양이 신문>은 고양이를 통해 맺어진 인연으로 지금까지 발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고양이 신문>을 통해 배운 배려를 고양이를 뛰어 넘어 사람들에게도 베풀고 있는지도 모른다. 료쿠로가 월간 <고양이 신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고 있는 것처럼.
2016년 대한민국은 곪고 곪은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상처받고 찢긴 해였다. 고양이에 대한 배려가 사람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는 <고양이 신문>에 담긴 철학은 어쩌면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조차 결여되어 있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마인드이지 않을까.
따듯한 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를 보며 부러워하는 세상이 아닌, 사람도 양지에서 마음껏 햇빛을 쬘 수 있는 세상인 ‘부국강묘’를 어서 빨리 맞이하고 싶다.
참고 사이트 |
월간 <고양이 신문> http://www.nekoshinbun.com/
월간 <고양이 신문> 트위터 https://twitter.com/nekoshinbunsya?lang=ja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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