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동네고양이로! ‘네코데루’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7년 01월 31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3,768관련링크
본문
쿵쾅쿵쾅.
연말부터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예상대로 집 주변 단층 상가와 주택들이 없어지고 10층짜리 사무실 건물이 들어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공사 소음에 몸부림을 치던 어느 날 근처에 살던 길고양이들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차된 차 위에서 느긋하게 잠을 자거나 주변을 고양이 특유의 느긋한 걸음걸이로 활보하던 호랑이 무늬 길고양이들. 공사장에서 나는 큰 소리나 울림에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예민한 고양이는 오죽했을까. 날도 추운데 어디로 갔는지 우리 동네 고양이 안부가 궁금하던 무렵, 일본에 길고양이 추적 사이트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 네코데루는 어떤 사이트일까
길고양이 추적조사 웹사이트 ‘네코데루(ねこでる’는 한국어로 해석하면 ‘고양이가 나와요!’란 뜻. 2016년 11월부터 구마모토현에 소재를 둔 소조대학 정보학부 이즈미 시노부 조교 연구실과 수의사 도쿠다 류노스케가 원장으로 있는 류노스케 동물병원에서 길고양이의 상황과 개체수 등의 실태를 파악하고 TNR 활동(중성화 수술 등의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제작했다. 네코데루는 길고양이를 동네 고양이로 정착시켜 안락사를 제로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 지역의 고양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제작한 길고양이 추적 사이트 네코데루 홈페이지. 각 지역 별로 고양이가 어느 장소에 잘 모이고 몇 묘가 서식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TNR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 해당 지역을 특정할 만한 정보는 차단하는 게 포인트
네코데루 사이트 이용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동네에서 발견한 고양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발견 장소를 선택한 다음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때 사이트에 게재된 고양이 발견 장소 등의 정보는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어 외부에 노출될 염려가 없다. 만약 사진에 지역을 특정할 만한 정보가 담겨 있어 노출의 위험이 있다면 관리자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따로 회원가입을 할 필요가 없고 이용도 무료라 편리하다.
일본도 고양이는 등록제 대상이 아닌 관계로 어느 지역에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 실태파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네코데루는 고양이 관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 네코데루에 올라온 길고양이 사진들. 촬영된 장소를 특정할 수 없도록 올리는 것이 포인트이다. 올라온 정보는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다.
△ 사이트 이용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먼저 사진을 찍어서 ‘등록하기’를 누르고 발견 장소를 설정한 다음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 길고양이 추적 사이트 네코데루 제작 설명회에서 TNR에 대해 설명하는 도쿠다 류노스케와 소조대학 정보학부 이즈미 시노부 조교. 네코데루의 최종목표는 안락사 제로이다. 사진 출처 | 마이니치 신문
● 안락사 당하는 70%가 아기 고양이
캣랩 기사로도 소개된 적이 있는 TNR은 간단히 말해 길고양이를 일시적으로 포획해(TRAP) 중성화 수술(NEUTER)을 거친 뒤 본래 살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RETURN)이다.
고양이는 교미에 의한 자극으로 배란이 이루어지는 ‘교미 배란 동물’이다. 교미를 하면 거의 대부분 임신이 되고 한 번에 4~6마리를 낳는다. 1년에 2~3회 정도 출산을 하기 때문에 그 숫자는 눈깜짝할 사이에 늘어난다. 그렇게 늘어난 길고양이는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신고로 보호소로 보내지고 분양이 되지 못하면 결국은 안락사를 당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매년 약 10만 마리의 고양이가 안락사를 당하고 있으며 그 중의 70%가 새끼 고양이라고 한다. TRN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불행한 고양이를 한 마리라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 네코데루 사이트에 소개된 TNR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영상. 모든 고양이들이 자원봉사자의 도움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냐는 물음을 던진다. TNR은 길고양이들이 해당 지역의 관리를 받는 동네 고양이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내가 준 먹이가 안락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길고양이는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고 영양상태가 좋아져 출산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개체수가 늘어나게 되고 앞에서 이야기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좋은 마음으로 준 먹이가 안락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성화 수술을 한 길고양이에게는 먹이를 마음껏 줘도 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중성화 수술을 마친 길고양이는 살찌기 쉬운 체질로 변하며 비만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를 동네 고양이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TNR이 선행되어야 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중성화 수술이 먼저 이뤄진 다음 적절한 양의 먹이와 화장실 관리로 함께 키우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 네코데루에서는 주인들이 고양이를 찾는 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집고양이가 길고양이가 되어 불행한 악순환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길 잃은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누구에게 혹은 어디에 연락해야 하나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네코데루와 같은 사이트가 한국에도 있다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길고양이가 동네 고양이로 새롭게 태어나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며 지내는 고양이와 그들을 함께 돌보는 지역 주민들. 이런 모습이 일상 속 우리들의 모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동네 고양이는 우리가 돌본다’는 의식의 확대 속에서 말이다. - cat lab -
참고 사이트 | 네코데루 https://neko.today/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COPYRIGHT 2024. cat lab ALL RIGHTS RESERVED
[캣랩 - www.cat-lab.co.kr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재배포, 2차 변경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