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동네책방의 공생, 도쿄 CAT’S MEOW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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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07월 11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28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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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7월 이맘때쯤이었다. 장맛비가 내리던 날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건물 5층에 있던 한 책방에 들렀다. 엘리베이터가 없던 탓에 계단으로 5층까지 꾸역꾸역 올라가야 했고 무더운 날씨까지 더해져 신경질이 삐죽삐죽 올라왔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서 무수히 많은 책들과 책장을 점령한 고양이를 본 순간, 날카로운 얼굴을 드러내던 짜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마도 사람에게 마음을 위로해주는 두 가지, 고양이와 책이 모두 그곳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다.
△ 가방 위에 떡하니 앉아 비켜주지 않던 냥이. 4년 사이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있던 서점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풍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장마철이 되면 항상 생각나는 고양이와 책방.
4년 전 그 책방은 이제 그곳에 없지만 그 사이 서울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책방이 생겨났고 애묘인이라면 누구나 바랐을 고양이와 고양이 책들로 가득한 책방도 등장했다. 그리고 또 한 곳, 8월 8일 세계 고양이의 날 저 멀리 바다 넘어 도쿄 산겐자야에 조금은 특별한 책방이 문을 연다. 아직도 많은 곳에서 안락사로 희생되고 있는 고양이와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동네 서점이 서로 도우며 공생한다는 콘셉트의 고양이 책방 ‘Cat’s Meow Books(캣 먀우 북스)’다.
△ 고양이가 있는 책방을 만들어 고양이를 돕는 활동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고양이 책방 ‘Cat’s Meow Books’의 로고와 전체 이미지 스케치.
■ 고양이 ‘사브로’와의 만남이 ‘Cat’s Meow Books’로 이어지다
‘Cat’s Meow Books’의 야스무라 마사야 씨가 고양이 책방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15년 전에 경험한 일 때문이었다. 당시, 아파트 마당에서 어미에게 버림받은 갓 태어난 고양이 형제를 발견했지만 한 마리밖에 구조할 수 없었다. 그 고양이가 야스무라 씨와 지금까지 동고동락하고 있는 사브로다. 야스무라 씨는 함께 구조하지 못한 다른 고양이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브로를 소중하게 길러왔다.
그리고 어느덧 그 미안한 마음은 길고양이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고양이 보호 활동에 많은 자극을 받으면서 ‘이상적인 책방 만들기’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양이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해 ‘Cat’s Meow Books’를 시작하게 되었다.
△ 야스무라 씨와 고양이 사브로. 사브로의 형제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고양이 책방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 고양이를 돕는 책방, 책방을 돕는 고양이
‘Cat’s Meow Books’는 고양이와 책방이 서로 도움을 주며 공생하는 콘셉트이다.
고양이를 구조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서 출발한 서점인 만큼 고양이 보호활동을 염두에 두어 좀처럼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고양이를 점원으로 입양해 직접 도움을 준다. 책방에 점원으로 취직(?)한 고양이는 책방의 간판 고양이로 홍보를 맡아 책방을 돕고 그 책방은 수익 일부를 고양이 보호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사람이 고양이를 돕고, 도움을 받은 고양이가 또 다른 고양이를 간접적으로 돕게 되는 흥미로운 구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보호묘를 입양해 점원으로 취직시키고 고양이 손을 빌려 책방을 운영함으로써 사람과 고양이가 모두 행복해지는 ‘Cat’s Meow Books’. 매장 인테리어도 고양이 손을 빌렸다.
■‘Cat’s Meow Books’는 어떤 책방?
고양이가 있는 책방 ‘Cat’s Meow Books’는 고양이 책과 관련 아이템으로 가득한 책방이다. 고양이 그림책, 사진집은 물론 고양이가 표지로 있는 책이나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 등 고양이 관련 책들을 장르를 불문하고 갖춰 놓아 눈을 돌리는 모든 곳에서 고양이와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고양이 카페는 아니지만 고양이 라벨의 커피나 생맥주도 판매하면서 보호묘 입양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도 꾸려나갈 예정이다.
‘Cat’s Meow Books’는 입구 쪽의 신간코너와 안쪽의 중고서적 코너로 나눠 운영한다. 고양이들은 주로 중고코너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신간코너는 작은 창을 내 고양이가 신간을 체크(?)할 수 있으면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서점 안에 들어오면 고양이들과 눈인사를 나눌 수 있게 했다.
■‘Cat’s Meow Books’의 고양이들
‘Cat’s Meow Books’의 점장은 야스무라 씨와 15년 동안 함께 생활해온 사브로가 맡아 직원들을 통솔할 예정이며 고양이 점원은 현재 길고양이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성묘 중 책과 사람들과 함께 지내도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고양이들을 섭외 중이다.
‘Cat’s Meow Books’는 고양이가 점장과 점원으로 활약하는 만큼 편하게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양이 전용책장과 캣워크를 설치하는 한편, 캣워크와 2층 바닥에 신간코너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창을 곳곳에 만들어 관리도 맡길(?) 예정이다.
‘Cat’s Meow Books’는 DIY 공사로 매장을 준비하던 중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혀 부족하던 자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해 이제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방이 고양이로 가득할 그 책방에서 고양이와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과 고양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참고 사이트>
‘Cat’s Meow Books’ 크라우드 펀딩 캠프 파이어
https://camp-fire.jp/projects/view/18892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지금은 일본의 좋은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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