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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여옥, 고양이에게 양귀비 꽃잎을 달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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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06월 16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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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기 이를데 없는 양귀비 꽃잎이 고양이 등에서 돋은 poppycat. 

고양이가 꽃이 된걸까, 꽃이 고양이가 된걸까

몰입하다보면 간극은 옅어져만 간다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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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py cat grows wings, handbill stoneware, 500×550×120mm, 2010. ⓒ 김여옥. 


 

Q. 고양이 등에서 나온 게 뭔가. 날개인가.  

A. 작품에 대한 해석은 관객의 몫이니까,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날개처럼 보이는 것은 마약성분이 없어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는 개양귀비라는 꽃잎이다.

 

Q. 개양귀비라. 어떤 꽃이건 꽃과 고양이와의 조합은 창작에서 실패하는 법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작업이 나올 수 있었는가.

A.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미술을 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하면 아무래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작업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듯 하다. 뒤늦게 시작한 나는 스스로 찾아야 했다. 실루엣이 아름다운 고양이, 꽃을 확대해 그린 조지아 오키프의 화풍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러다 왜 고양이고 꽃일까란 내 스스로의 질문에 더 진지한 이유를 찾고 싶어졌다.

뭔가를 만든다는 건, 현실 그 밖에 것에 대한 열망이고 갈망이다. 이런 목적이라는 속성과 꽃이라는 상징성 사이엔 유혹이라는 유사점이 있었다. 꽃 중에서도 양귀비꽃(poppy)은 마약 성분이 있어 강한 유혹을 상징하니 개연성은 충분했다. 또 고양이(cat)는 호기심의 상징이며 호기심을 쫒아가는 건 유혹의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말해 꽃은 나의 열망이고 고양이는 그런 꽃을 쫓아 가는 내가 아닐까 하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몰입을 하다보면 닮아간다. 물아일체라는 장자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현실에서 일어난다. 내가 꽃인지, 꽃이 고양이인지 모호해지는 무아지경의 상태. 고양이 등에서 꽃잎이 돋힌 작품은 그런 순간에 나온 것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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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향기, handbill stoneware, beads, copper wire, 480×480×100mm(each), 2008. ⓒ 김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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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원 전시에서​(2010.10.2-10.30)

 

 

Q. 심오하다. 작업방식 또한 굉장히 독창적이다. 도공예를 조소와 설치미술 그리고 인테리어 오브제 파트와 융합한 듯한 느낌인데 전시 도록에 표기된 Ceramic sculpture 란 뭔가.

A. 소재는 세라믹이고 작업방식은 조소며 설치방법은 공간설치인 것을 말한다. 흙이라는 소재는 마르기 전까지 내 손안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창작(Creative)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재료다. 이것을 소성(firing)해서 흙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다른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또 설치미술이 항상 넓은 장소에만 어울리는 게 아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설치장소에 따라 공간구조, 출입구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방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나는 그걸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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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ate with poppy cat. 하루고양이 갤러리 전시장(2010.2.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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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연. 북촌아이갤러리(2015.5.1-5.11)


Q. 그런데, 당신의 작품은 특히 한옥’이라는 공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어딜 가면 당신의 작품을 볼 수 있는가. 

A. 한옥의 기와 색과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작업 여건 상 다른 기법을 쓰고 있지만 대학원 시절엔 라쿠기법을 써서 그 색을 표현했다. 현재는 남이섬 호텔 정관루 로비와 작가방(305)에 설치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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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다전(2009.916-9.22). photo by 고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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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다전(2009.916-9.22). photo by 고경원.

 

 

Q. 당신의 작품 속 고양이들은 창틀 또는 사각의 프레임에 자주 앉아 있던데, 특별한 사연이 있는가.    

A. 정체성은 내 평생의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예작업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잠시 나는 충남 부여의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그런데 그 시절이 오히려 내 인생에서 꽃이었다. 온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아서였던 것 같다. 2년이 안 되어 다시 집으로 왔는데 전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대여섯의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그 전부터 자아를 느꼈던지라 가족들이 서먹하고 낯설었다.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은 이때부터였다.

창과 문이라는 게 그렇다. 안팎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때에 따라 안이 될 수도 있고 밖이 될 수도 있는 중간 영역대다. 창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차이에 대한  내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배경 안으로 고양이가 들어갔다.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투병 등 크고 작은 개인사로 3년만의 작업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좀 쉬어도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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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ate with poppy cat. 하루고양이 갤러리 전시장(2010.2.19-3.3)

 


Q. Ceramic Sculpture의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또 보여지길 바라는가.

A. poppycat은 고양이의 실루엣에 반해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하고 동물보호에 관계된 전시도 함께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고양이라는 하나의 생명과 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작업엔 나무가 거기 있다고 나무를 야단치지 않듯이 고양이가 거기 있다고 쫓아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만 귀엽고 코믹하게 보여지고 싶지는 않다. 고양이의 생김새나 행동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길 바라고 있지만 적어도 내 작품에서 고양이는 귀엽거나 웃기게 보이고 싶지 않다. 물론 고양이 안에 포함되어 있는 귀여움을 다 없애버리기는 쉽지 않다. 또 그런 귀여움이 고양이를 더 친근하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내가 가진 재주로 할 수 있는 최선은 진지한 모습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매력은 사색하는 동물처럼 보인다는 거다.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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