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예뻐한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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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07월 18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68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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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2m, 지름 약 70cm 정도 되는 집 뒤 배수관은 쓸만했다.
새벽녘 요란한 빗소리가 창문틈으로 흘러 들어와도 다리 쭉 펴고 맘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길고양이들 밥이 빗물에 퉁퉁 불어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지 않을 테니까…
해가 떨어졌고 그날도 밥을 들고 나갔다.
배수관 깊숙이 밥을 넣어주는데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뭘까? 설마…”
예감은 맞았다.
고양이들이라고 무조건 밤 눈이 밝지 않을 테다.
날 밝은 날 와서 보니 가히 볼만했다.
밥을 먹으러 온 어느 고양이의 헛디딤에 사료가 바닥에 쏟아졌고 여러 날 세차게 내린 빗줄기가 배수관으로 들어갔으며 날씨는 연일 30도가 넘어 제대로 잘 썩고 있었다.
썩은 물엔 재래식 화장실에서 봤던 허연 파리 유충들이 꿈틀거렸다.
Pet병에 물을 담아와 배수관 안쪽으로 쏟아붓고 빗자루로 쓸어냈다. 이번엔 걸레를 들고 나와 안쪽까지 기어들어가 최대한 물기를 닦아냈다. 더 뭔가가 생기지 않도록...
그러는 사이 냄새는 사방으로 펴저나갔다.
내 머리 속에도 냄새는 콕 박혔다. 몇 분이 지나도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냄새인터라 식욕마저 가볍게 떨어트렸다.
기분도 영 별로였다.
청소가 끝난 밥 자리에 어느 새 젊은 삼색이가 와서 밥을 먹고 있었다.
괜찮아졌다.
그러니까 괜찮았다.
오늘도 한 녀석이라도 밥 잘 먹어서.
- J씨의 일상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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