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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멕시코에서 길고양이를 찍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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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년 08월 12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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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소리’ 사진전이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수원 행궁길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고양이 사진전은 묵직한 울림이 있다. 기사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박순기 사진학 박사의 작품해설을 그대로 옮긴 건, 이 보다 더 명확하게 중견의 사진작가 임종현의 사진세계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 cat lab -    

 

남문 통에서 나고 자란 수원 토박이 사진가 임종현은 오랜 기간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고향에 돌아와서 사진전 <고양이 소리>를 열게 되었다. 그는 ‘고양이의 모습은 나 자신’이라는 명제 하에 고양이라는 피사체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보여주려 한다. 대부분의 흑백사진 속 고양이들의 눈은 관객을 향해 정면을 보고 있어 작가가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호소하려는 듯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고양이를 통해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한 것으로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는 임종현의 또 다른 나르시시즘이다. 

 


ⓒ 임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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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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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현 

 

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간이 가장 친근하게 곁에 두고 사랑하는 반려동물이다. 무조건적으로 충성하고 달려드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새침하고 자기 관리가 완벽하기에 가까이 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앙증맞고 예쁘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발톱과 이빨은 그러한 상징이다. 그의 사진에서 고양이들은 웅크리거나 두 다리를 모은 모습을 한다. 고양이의 정적이면서 새침하고 웅크려진 모습은 작가의 심정을 대변한다. 사진 안에서, 멕시코의 도시 뒷골목에 상주하는 고양이라는 대상을 통하여 타지에서 두렵고 암울한 그리고 위로 받고 싶은 타자로서 소외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반면에 사진 속 고양이는 꼭 다문 입과 정면을 보는 외형에서 또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그 소리는 오래 전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사이먼과 가펑클의 ‘침묵의 소리 The Sound of Silence’를 연상시킨다. 가사 첫머리에 “안녕, 어둠이여, 내 오랜 친구, 자네랑 이야기하려고 또 왔어”라고 읊조린다. 어둠은 임종현의 사진에서는 고양이로 치환되고 일체화된다. 마치 무표정한 고양이의 눈매와 웅크린 몸짓으로 무언가 작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전하려고 한다. 그것은 임종현 만의 감성이 젖어있는 소리이다. 작년 수원에서 개최한 2016 빛그림 축제에 출품한 그의 작품에서 그의 감성은 발견된다. 그의 사진에 나타나는 세련된 감성은 한지에 스며드는 먹처럼 슬픔을 머금고 있다. 그는 작품에 다음과 같이 자신의 슬픔을 쓰고 있다. 

 

“날개가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다. 영혼이라도 팔 수 있으면 좋으련만…….” “쌀 한 톨과 바꿀 수 없는 사진이 위안이 못 된지는 여러 날 되었다. 어느새 사진 뒤에 숨어 버린 벌레가 되어 버린다.” 

 

이러한 임종현의 슬픈 감성은 독한 데낄라처럼 식도를 따라 흘러내리면서 침묵의 소리로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우울한 감성을 고운 톤의 흑백 사진들은 더욱 강화시킨다. 흑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은 고양이들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든다. 이파리 사이에 숨어 있는 고양이, 어두운 배경에 조용히 앉아서 앞을 주시하는 고양이는 안정된 구도로 배치되어 사진을 보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또한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않은 배경에 홀로 앉은 고양이는 소외된 작가를 대변하는데 등을 돌려 멀어지는 꽁지 빠진 검은 고양이는 작가의 처지를 잘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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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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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현 

 

이 사진전의 고양이들은 멕시코에 존재하는 피사체들이다. 그가 귀국 후 첫 번째 전시에 멕시코의 고양이를 보여줌으로써 우울한 방랑의 시간을 털어버리고 고향에서 새 출발하고자 하는 노래 즉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에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생각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이 피기 위해서도 가슴 조이고 울어대던 젊음의 아픔이 필요하듯이 임종현에게도 이제는 돌아와서 거울 앞에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이다. 침묵의 고양이는 무서리가 되어 사진에서 무음의 천둥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임종현이 돌아왔노라고.... 반백의 그가, 곰삭은 국화꽃 같은 그가 앞으로 어떠한 모습을 고백할지 다음 번 전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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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임종현 ( 국외에서는 Francisco J. Lim 로 활동 )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경인일보, 여원, 서울문화사, 세계일보에서 사진기자로 근무

멕시코 소재 스튜디오 La Primavera 에서 포토 디렉터로 근무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전시경력>

2014 The Voice of cat(개인전) 

2015 The Wall (개인전)

2015 Galeria Aguafuerte Mexico !0th Anniversary 초대전 (그룹전)

2016 수원 빛그림 축제 스토리텔링 (그룹전)

2017 북적북적 벽적골 (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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