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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 투성이 길냥이가 유명 미술관 정원 지킴이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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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년 04월 12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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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에 특별한 고양이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고양이 귀를 연상시키는 장식, 그리고 빨간 리본을 단 다양한 표정의 검은 고양이 그림이 곳곳에 박힌 이 버스는 승객은 물론 우연히 버스를 발견한 사람들조차 기분 좋게 한다. 

이 버스의 이름은 ‘유메지 구로노스케 버스’.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문인 다케히사 유메지를 기념하는 유메지향토미술관과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고라쿠엔을 잇는다. 

유메지 구로노스케 버스의 캐릭터인 빨간 리본의 검은 고양이는 화가 다케히사 유메지의 그림 속 고양이와 무척 닮아 얼핏 의도적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이보다 더 특별한 어느 길고양이의 묘생 역전 스토리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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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8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유메지 구로노스케 버스. 고양이 캐릭터는 물론 고양이 귀를 연상시키는 버스 장식이 인상적이다. 사진=유메지향토미술관 인스타그램 

 

 

 

 빗속에서 구조된 진드기 투성이의 아기 고양이

2016년 8월 비 오던 어느 여름날. 출근길을 서두르던 미술관 직원은 미술관 근처의 교차로에서 검고 작은 물체를 발견한다. 가까워질수록 확실해지는 윤곽. 검은 물체의 정체를 알아차린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손바닥 크기의 아기 고양이가 금방이라도 차에 치일 듯한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 직원은 곧바로 고양이를 구조해 미술관으로 데리고 온다. 

 

아기 고양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몸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고 진드기까지 들끓고 있었다. 

직원들의 재빠른 처치로 말끔해진 고양이는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고양이는 까맣고 보드라운 털과 호박색의 노란 눈을 가진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고양이가 구조됐다는 소식에 달려온 미술관 관장은 그 모습을 처음 본 순간, 깜짝 놀란다. 구조된 아기 고양이가 다케히사 유메지의 고양이 목판화집 <작은 고양이 책>에 등장하는 빨간 리본의 검은 고양이와 똑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한 아기 길냥이에게 특별한 인연이 닿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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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다케히사 유메지의 목판화집 <작은 고양이 책>에 실린 검은 고양이. 아래는 사진은 구조됐을 당시의 구로노스케의 모습. 털 색뿐 아니라 눈 색까지 똑 닮았다. 사진=유메지향토미술관 사이트

 

 

 

 

길고양이에서 미술관 정원 지킴이로 임명되다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구조된 아기 고양이는 구로짱이라 불리며 그렇게 미술관 고양이가 되었다. 

구로짱이 정원 지킴이가 되는 것에 처음엔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관람객 중에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밤에 미술관에서 혼자 지내면 안쓰럽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입양도 고려했지만, 미술관 관장대리 고지마 히로미가 구로짱을 가족으로 맞아 매일 함께 출근하면서 미술관 고양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구로짱은 주로 미술관 정원에서 주로 지내는데, 자유롭게 정원에서 놀며 관람객을 맞이하는 구로짱의 모습은 미술관 직원들은 물론 관람객들의 시선까지 금세 사로잡아 미술관의 유명인사로 순식간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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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정원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구로노스케. 아래 사진은 현재 사진으로, 임명됐을 당시보다 더 늠름하고 멋진 모습으로 자라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사진=유메지향토미술관 사이트, 유메지향토미술관 인스타그램

 

 

 

 

고양이가 예술과 사람들을 잇는다

구로짱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미술관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유메지향토미술관의 관장 고지마 미쓰노부는 고양이가 예술과 사람들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그는 어린이들에게 다케히사 유메지의 작품을 알리고 더 나아가 어린이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구로짱에게 맡기기로 결심한다.

구조된 그해 12월 24일 구로짱은 구로노스케라는 정식 이름으로 ‘미술관 정원 지킴이’라는 직책에 임명된다. 그리고 다케히사 유메지의 고양이처럼 빨간 리본을 목에 달고 미술관의 공식 캐릭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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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을 개조한 구로노스케 전용 집무실. 평소에는 정원 지킴이인 만큼 정원에서 지내지만 너무 덥거나 추운 날,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집무실에서 지낸다. 아래는 구로노스케의 명함. 구로노스케의 출근일은 구로노스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유메지향토미술관 사이트, 유메지향토미술관 인스타그램

 

사실 고지마 관장은 와카야마현 기시역의 판매점 고양이였던 다마를 ‘고양이 역장’에 임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다마 역장은 일본에서 고양이 붐을 일으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한 고양이로, 고지마 관장은 사람처럼 고양이도 역할을 맡으면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다마 역장을 통해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가 구로노스케를 미술관 정원 지킴이로 임명한 이유도 사람들과 예술을 잇는 역할을 하면서 행복한 고양이로 살기를 바람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벨을 누르면 “냐아옹~ 냐아옹~ ”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는 버스

유메지 구로노스케 버스는‘걸으며 즐기는 동네 만들기’, ‘아이들이 즐거운 동네 만들기’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버스 외부는 49개, 내부는 38개의 구로노스케 캐릭터로 장식되어 있으며, 좌석 시트에도 다양한 자세와 표정의 구로노스케 캐릭터가 촘촘히 박혀 있다. 

 

고양이 버스인 만큼 이 버스는 하차 벨 소리도 독특하다. ‘다마 역장’의 뒤를 이어 2012년에 슈퍼 역장이 된 길고양이 출신 역장 ‘니타마짱’의 울음소리가 하차 벨 소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니타마짱도 구로노스케처럼 교통사고를 당할 위기의 순간에 구조되어 고양이 역장을 지내고 있는 묘생 역전 스토리의 주인공. 유메지 구로노스케 버스는 두 마리의 길고양이가 만들어낸 특별한 버스인 셈이다.

고양이로 가득한 이 버스를 타고 미술관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평범한 일상에서 비일상의 예술 세계로 공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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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메지 구로노스케 버스의 외부와 내부 모습과 니타마짱의 모습이 담긴 하차 벨. 누르면 와카야마현 기시역의 고양이 역장 니타마짱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진=아사히 신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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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정류장에서도 만날 수 있는 빨간 리본의 검은 고양이. 버스는 총 26편 운행되는데 그중 14편이 유메지 구로노스케 버스이며 요금은 140엔이다. 사진=유메지향토미술관 인스타그램

 

위기에 빠졌을 때 손 내미는 단 한 사람 덕에 인생이 살아지듯 고양이도 도움을 주는 인간에 의해 묘생이 바뀔 수 있다. 봄햇살에 기지개를 켜는 길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한 묘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손길이라도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 묘생 역전 스토리는 그런 작은 인연이 쌓여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도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참고 사이트>

유메지향토미술관 구로노스케 웹사이트

유메지향토미술관 구로노스케 인스타그램 

 

아사히 신문사 유튜브(내부 동영상. 하차 벨소리도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r1i33QMeJw

  

 

글 | 일어 번역가 서하나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했지만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남이 해 놓은 디자인을 보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핑계 삼아 도쿄에서 4년을 지내다 왔다. 옮긴 책으로는 <karimoku60 스타일 매거진 ‘k’ 1, 2>,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이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신체적, 경제적 이유로 영접하지 못하고 캣랩 기사 꼭지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kotobadesig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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